▲ 김동철 한전 사장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잠시 한숨은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올해 하반기에 영업이익이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한동안 재정난 대응에 여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14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한전은 올해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을 놓고 많게는 1조5천억 원대, 적게는 3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3분기에 10개 분기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한전이 올해 4분기에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는 전망을 살펴봐도 영업손실 규모는 많아야 8천억 원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한전이 지난해 4분기에 10조8209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는 등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는 분기마다 6~7조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손실 폭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사장으로서는 한전이 재정적으로 ‘힘들지만 버틸 수는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도 된다.
한전이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앞으로 실적 전망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변한 데는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의 효과와 국제유가의 흐름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전 실적을 놓고 “올해 3분기에는 전반적 에너지 가격의 하락과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최근 LNG, 유연탄 등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 되고 있음을 고려해 한전의 2024년 실적 전망을 상향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흐름은 시차를 두고 에너지 원가에 영향을 준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올해 5~6월에는 배럴당 7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9월 중에는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10월 이후에는 대체로 배럴당 80달러대를 이어갔고 11월 들어서는 배럴당 80달러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꾸준히 인상됐다. 9일부터는 산업용 전기요금 한정이나 kWh(킬로와트시)당 10.6원이 오르기도 했다.
한전의 재정 상황을 그대로 두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도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현실적 필요가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읽힌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8일 브리핑에서 "그동안 대기업들이 값싼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한 혜택을 누려왔다"며 "기업들이 충분히 경영효율이나 에너지효율을 높여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낮아 ‘사실상의 보조금’이라며 10월부터 한국산 철강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전기요금 인상의 누적 효과와 국제유가의 흐름을 고려하면 현재 상태만 유지돼도 2024년에는 한전이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기요금 수준과 관련해 “원자재 가격 흐름 등에 따라 유동적이나 한전은 2024년에 영업이익 8조4천억 원, 순이익 3조3천억 원을 낼 것”이라며 “2024년 상반기에 두바이유가 배럴당 110달러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한 순이익 기준으로 적자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사장에게는 여전히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기는 하다.
최근 2년 동안 누적된 영업손실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부채에서 나오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려면 한전의 영업이익 규모가 더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한전에 필요한 연간 영업이익이 7~8조 원은 되어야 추가적 차입 없이 재무구조 유지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재무구조를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려면 연간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내야 한다”고 바라봤다.
한편 김 사장은 한전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본사에 간이침대를 들여 놓고 24시간 상주근무를 하면서 현안을 챙길 정도로 한전의 재정난 해결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40여 일 동안 상주근무를 마친 뒤 11월부터는 현장경영을 진행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