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재계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경제인협회로 새출발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4대그룹도 일단 합류하면서 그동안 재계 맏형 역할을 하던 대한상공회의소가 계속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류진 한경협 회장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하는 등 경쟁관계보다는 동반자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경협이 예전의 위상을 빠르게 되찾는다면 재계와 정부의 소통창구 역할을 주도하던 대한상의와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이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해 한경협으로 새출발하면서 6년 전에 탈퇴했던 삼성, SK, 현대차, LG 4대그룹도 한국경제연구원의 회원이었던 일부 계열사가 형식상으로 한경협 회원사로 합류했다.
법적으로는 9월 소관부처인 산업통산자원부의 정관 승인이 있어야 한경협의 명칭 변경과 4대그룹의 회원가입이 마무리된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은 1961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을 포함한 13명의 기업인이 설립한 대기업 위주의 경제단체다. 대기업이 회원사였던 만큼 오랫동안 국내 경제단체 가운데 가장 막강한 힘을 가졌고 재계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활동에서도 가장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2017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연루되면서 정격유착의 근원으로 지목됐고 회원사였던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면서 그 위상은 추락했다.
이를 대신해 대한상의가 지난 문재인 정부부터 재계 맏형 노릇을 하며 굵직한 대내외 재계 행사를 주관해왔다.
대한상의는 회원수가 18만 곳에 이르는 최대 경제단체로 대기업 위주의 한경협보다 더 기업들을 대표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존 전경련이 하던 역할을 대신해왔다.
2021년부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는데 재계 2위 기업의 총수가 대한상의를 이끌면서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었다.
최 회장은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며 정부와 소통, 부산엑스포 지원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경협의 새출발로 각 경제단체들의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왼쪽)을 만나 차담회를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상의 > |
한경협은 4대그룹이 회원사로 복귀하고 에코프로,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등도 최근 몇년 사이에 외형을 불린 주요 기업들도 신규 회원사로 가입할 것을 요청하는 등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4대그룹의 복귀는 대외적 위상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다. 4대그룹은 탈퇴하기 전까지 전경련 회비의 70%를 부담해왔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기존 재계 오너들의 친목단체 성격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 전반의 주요 이슈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 정책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경협의 위상이 2017년 이전 수준으로 복구된다면 향후 정부에 재계 목소리를 낼 때 대한상의와 한경협 중 누가 우선권을 갖게될지 시선이 쏠린다.
한경협은 올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 교류 활성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며 예전의 입지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일단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한경협과 낼 수 있는 시너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뜻을 보였다.
최 회장은 7월에 열린 제주포럼 기자단담회에서 한경협과 관련해 “경쟁관계보다는 가능하면 시너지를 많이 내서 지금의 어려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동반자가 되는 관계를 생각하고 있다”며 “잘 되기를 기대하고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5일
류진 회장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보다는 힘을 모아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한상의는 국내경제를, 한경협은 경제외교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경협이 아직도 정경유착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받는 만큼 경제단체로서 명예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선은 오랫동안 축적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싱크탱크’ 역할에 집중하며 단순한 ‘간판갈이’가 아님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