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월 하나금융그룹 리더를 위한 시네마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하나은행 사보> |
[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지주가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함영주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한 성적표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을 서둘러 키워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바꿀 필요가 큰데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28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상반기 순이익 2조209억 원을 내면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런 흐름대로라면 올해 연간 기준 최대 실적 달성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등은 모두 이날 낸 하나금융지주 투자의견 보고서에서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의 사상 최대 실적 전망에도 함 회장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뒤 글로벌 위상 강화, 디지털 혁신과 함께 비은행 강화를 하나금융지주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꼽고 있는데 비은행 부문은 오히려 상황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맏형’으로 여겨지는 하나증권을 비롯해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하나저축은행, 하나생명, 하나자산신탁 등 계열사 모두 상반기 순이익이 뒷걸음질했다.
하나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34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75.1% 감소했다. 하나캐피탈과 하나카드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순이익이 각각 25.8%, 38.8% 줄었다.
하나저축은행(-81.7%), 하나생명(-24.9%) 등도 순이익 감소 폭이 작지 않다. 하나자산신탁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6.0% 감소한 순이익 471억 원을 올렸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83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9% 증가했다.
비은행 계열사가 모두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하나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기야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상반기 하나은행을 뺀 계열사의 순이익 합계는 1819억 원으로 전체 순이익에서 9.0% 비중을 차지한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비중은 1분기 11.9%, 2분기 5.4% 등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집계하는 비은행 부분 기여도도 상반기 14.4%로 2016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분 기여도는 2016년 20%, 2017년 16.7%, 2018년 18.8%, 2019년 21.2%, 2020년 31%, 2021년 32.9%로 계속 상승하다가 2022년 18.9%로 감소하고 상반기 14.4%로 더 내려앉았다.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한 국내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바꿔야 하는 과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은행은 금리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은행 의존도가 높을수록 전체 금융지주 실적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에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하나증권, 하나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는 모두 순이익이 줄었다. |
함 회장은 ‘아시아금융그룹’으로 도약이라는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서라도 비은행 부문을 서둘러 강화할 필요가 크다.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이라는 목표에 다가서려면 사실상 국내 선두 그룹인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올라서야 하는데 비은행 부문에서 실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합산 순이익 격차는 2022년 상반기 6764억 원에서 2023년 상반기 9563억 원으로 3천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함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뒤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 달성을 위해 줄곧 비은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는 “비은행 사업부문 인수합병 및 그룹 내 계열사 사이 기업금융 협업을 강화해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하나금융그룹 내 14개 자회사 가운데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며 사실상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