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직원이 장애인을 돕기 위해 수어 상담서비스를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삼성전자가 개발한 저시력 장애인 시각보조 솔루션 릴루미노를 송승환 배우 겸 감독이 체험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
[비즈니스포스트] “어렴풋이 형체만 보이던 사람과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기획한 저시력 장애인 송승환 배우 겸 예술감독이 삼성전자의 시각보조 솔루션 ‘릴루미노’를 체험한 뒤 내놓은 소감이다.
바야흐로 시각장애인도 TV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장애인들도 전자제품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송 감독이 극찬한 릴루미노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영상처리 소프트웨어와 안경타입 웨어러블 기술로 구성된 시각보조 솔루션이다.
릴루미노는 글래스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생활 속 이미지를 앱을 통해 영상처리해 저시력 장애인의 사물 인식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시각 장애인의 약 90%가 잔존 시력이 남아있는 저시력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기술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릴루미노 이외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AI’를 올해 초 선보이면서 시각장애인들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가장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이 청소라는 점에 착안해 비스포크 제트봇 AI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스포크 제트 봇 AI는 저시력 장애인들도 청소로봇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 할 수 있도록 전문업체와 협업해 높은 명암 대비를 적용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이나 반려동물들을 피해서 정확하고 깔끔하게 청소를 진행해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없이 집안을 정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전자는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TV 분야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4년 연속 방송통신위원회의 ‘시각·청각 장애인용 TV보급 사업’ 공급자로 뽑혔다.
삼성전자는 시각·청각 장애인들이 기존보다 나은 시청경험을 누리고 손쉽게 TV를 활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TV에 장애인방송유형 안내, 소리다중 출력, 화면 포커스 확대 등을 비롯한 편의기능을 늘렸다.
또한 점자버튼이 적용된 전용 리모컨과 점자로 제작된 사용설명서 및 기능설명 동영상을 제공해 접근성을 높였다.
LG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로봇사업에서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2023에서 LG전자는 ‘디지털 휴먼 수어서비스’를 제공하는 ‘LG 클로이 가이드봇’을 배치해 청각장애인들도 박람회를 손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생활가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국내 가전회사로는 처음으로 세탁기 트롬 워시타워에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메뉴얼을 탑재했으며 점자 스티커를 보급해 장애인들의 디지털 기기 접근성을 높힌 바 있다.
LG전자는 시각과 청각 장애인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하거나 장기간 병원치료로 침대에 누워 있는 장애인을 위한 제품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동이 자유로운 무빙스탠드나 손쉽게 화면 높이와 방향 각도를 조절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폼팩터가 담긴 스크린 LG스탠바이미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개발은 각 회사의 창업주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의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은 기술혁신으로 좋은 상품을 남보다 먼저 만들고 궁극적으로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기업인의 본분이며 사회적 의무라는 의미를 담은 ‘사업보국’을 경영이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병철 전 회장이 강조한 ‘사업보국’ 이념은 고인이 된
이건희 전 회장을 거쳐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고도화를 이루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 역시 창업주 고 구인회 전 회장이 강조한 ‘사람이 중심이다’라는 뜻을 담은 ‘인화(人和)’의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주요 기업집단으로 꼽힌다.
구인회 전 회장의 ‘인화’ 이념은
구광모 LG 회장에 이르러 장애인 고객을 위한 기술개발을 통해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마케팅과 홍보 측면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책임활동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일관된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꾸준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을 개발해 왔다는 점에서 제품과 함께 가치를 소비하는 고객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가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