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에너지복지법 제정을 위한 1차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기후변화로 에너지복지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에너지복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로 에너지복지의 필요성이 커졌다. 에너지복지를 위해서 에너지복지법이 제정돼야 한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강은미 의원실 주최로 열린 ‘에너지복지법 제정을 위한 1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에너지복지법 조속 제정에 뜻을 모았다.
강은미 의원은 “에너지복지법과 관련해 많은 부분에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원 수준 설정,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주무부처 등 지속해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최근 에너지복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복지법이란 에너지빈곤층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최소한의 에너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적정 수준의 에너지 공급을 보장받도록 하는 사회적 서비스, 즉 에너지복지와 관련한 개별법을 통칭한다.
국내에선 이미 16년째 에너지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에너지복지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7년을 에너지복지 원년으로 선포한 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의 중점방안으로 에너지 빈곤층 해소방안을 추진했다.
현재 에너지복지 정책의 근간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에너지복지 사업 관련 조항들이다.
에너지법은 제1조에서 ‘국민의 복리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목적이 정의하고 있다. 또 제4조에서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해야 한다’며 국가 등의 책무를 정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법은 에너지복지 사업과 관련한 조항을 제16조 2~4에서만 다루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에너지법의 제16조는 에너지 및 에너지자원기술 전문인력의 양성을 다루는 조항”이라며 에너지법이 에너지복지를 체계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윤석진 강남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기후변화 현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기존 에너지복지 체계와 지원 제도만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에너지법에 근거해 정책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불충분한 입법에 근거해 관련 정책들을 시행하다 보니 부딪히는 한계가 입법재량, 행정재량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의 최창민 변호사는 “현행 에너지법은 에너지복지와 관련해 권리의 주체 등 자세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법률로써 에너지복지가 구체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전북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토론에서 “전북도는 지난해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에너지복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며 “그런데 계획 수립 단계에서 상위법이 없다는 사실에, 관련 통계가 없다는 사실에, 관련 개념정의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상위법으로서 에너지복지법은 2010년 조승수 당시 진보신당 의원, 2010년과 2012년 노영민 당시 민주당 의원, 2014년과 2016년 이찬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의해 발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부족 문제, 기초생활보장법과의 중복 문제, 주무부처(산업부-보건복지부) 결정 문제 등을 이유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시한을 넘겨 자동폐기됐다.
이날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에너지복지법 제정시 필요한 핵심조항들도 논의했다.
특히 에너지복지법의 대상이 될 에너지빈곤층을 폭넓게 정의해야 한다는 데 뜻이 모였다. 현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경제적 기준을 에너지빈곤층에도 정의하고 있지만 구체적 에너지 사용량, 지역 사이 격차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에너지복지의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에너지복지법 국내 도입의 필요성’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윤석진 교수는 기후변화가 에너지빈곤층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혹서기, 혹한기 등 유례없는 기후변화가 에너지빈곤층에 비용 문제를 발생하게 하고 있다.
윤 교수는 "극단적 기후현상은 에너지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중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부담은 에너지빈곤층이 기후변화에 적응을 더 어렵게 하고 동시에 건강, 생명, 신체 등 여러 부분에서 복합적 위험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기후변화는 빈곤층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윤 교수는 “파급 효과의 정도가 유독 빈곤층에게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 빈곤 구제의 목적이 아니라 복합적인 사회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관점에서 (에너지복지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기후변화로 새로운 에너지복지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전통적 주거권 개념이 기후위기 심화에 따라 위협받고 있다”며 “탈화석연료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심화에 따라 나타나는 혹한, 폭염, 침수 등을 그런 예로 들었다.
그는 “에너지복지를 실행함에 있어서도 1차적으로 석탄(연탄) 난방 퇴출 계획을 수립하고 천연가스나 등유 등 다른 화석연료도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등 ‘깨끗한 에너지’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며 “종합적 에너지 복지 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혜미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지금까지 에너지 위기와 격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정책들은 늘 ‘수요와 공급’을 중심으로 이용과 사용에 관한 대책 마련을 중심으로 논의 돼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가속화, 탄소예산의 고갈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에너지복지 등 에너지 정책은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김 연구원은 제안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