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핵심 배터리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엘앤에프의 이익 성장을 향한 발걸음이 더뎌지고 있다.
엘엔에프는 높은 고객 편중도와 약한 원료 공급망이 경쟁사 대비 약점으로 꼽힌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며 중장기 성장동력을 더 강화해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높은 고객 편중도와 약한 공급망 역량이라는 약점을 보완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5일 증권업계와 배터리소재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양극재 최종 고객사인 테슬라의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출하량 감소가 엘앤에프의 1분기 영업이익 후퇴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고객 다변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엘앤에프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04억 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 줄었다. 이는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 683억 원보다도 41% 못 미치는 실적이다.
이런 부진은 양극재 최종 고객사인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가동 중단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엘앤에프의 현재 매출 구조를 보면 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는 비중이 8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기준으로는 80%,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면 75% 정도다.
엘앤에프가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한 양극재는 대부분 테슬라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셀에 쓰이는 만큼 테슬라를 엘앤에프의 최종 고객사로 볼 수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며 엘앤에프와 양극재 조달 계약도 맺었기 때문에 셀 제조사를 거치는 물량과 테슬라 직납 물량을 모두 포함하면 테슬라 비중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테슬라가 세계 최고의 전기차업체로서 누리고 있는 위상과 비례해 지금껏 엘앤에프의 양극재 사업을 향한 시장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의존도가 높은 고객사의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여지가 많은 셈이다.
일시적 공장 가동 중단 외에도 거시경제 환경과 내부 상황에 따른 테슬라의 움직임이 엘앤에프 실적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고러하면 최수안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일이 회사의 성장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엘앤에프는 현재 80% 안팎에 이르는 LG에너지솔루션 매출 비중을 2025년 5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완성차(OEM) 비중 30%, SK온 비중 20%로 구성해 지금보다 안정적 매출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 마련돼 있다.
엘앤에프와 협력하는 셀 제조사들이 완성차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는 만큼 엘앤에프로서는 최종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엘앤에프가 추진하는 기술개발 노력도 고객사 다변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가 수립한 기술 로드맵을 보면 △2024년 니켈함량을 95%까지 늘린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양극재 △2025년 단결정양극재와 LFP(리튬인산철)양극재 △2026년 LFMP(리튬인산철에 망간을 추가)와 망간리치양극재 등 다양한 양극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단결정양극재는 기존 다결정양극재보다 수명과 내구성에서 더 유리하다. 또 기존 양극재에서 비교적 저렴한 망간 비중이 늘어나면 원가 절감에 유리하다.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 구성을 다변화하고 제품 성능을 고도화는 노력은 제품 수요를 늘릴 뿐 아니라 잠재 고객사별로 조금씩 다른 제품 수요를 충족시키며 고객사를 늘려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급망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최수안 부회장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엘앤에프는 경쟁사들보다 양극재 원료 확보 능력이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쟁사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은 모두 양극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인 리튬부터 양극재 앞 단계인 전구체까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촘촘하게 구성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속한 에코프로그룹은 포항에, 포스코퓨처엠을 거느린 포스코그룹은 광양에 양극재 밸류체인은 물론 재활용(리사이클)까지 아우르는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엘앤에프는 광물 조달이나 전구체 생산능력, 리사이클링 등에서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배터리업계에서 원재료 확보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 만큼 공급망 역량을 강화하는 일은 최 부회장에게 중요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엘앤에프는 최근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5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는데 이를 통해 생산능력 확장과 함께 리튬, 전구체, 리사이클링 등을 아우르는 순환체계(Closed loop) 구축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공급망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기반을 강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말 두산에너빌리티와 ‘배터리소재 리사이클링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엘앤에프가 양극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파우더를 제공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리튬을 추출하는 역할을 하고 이를 다시 엘앤에프가 양극재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다.
최수안 부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급증하는 양극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료 조달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며 “핵심 원료의 수급 안정성과 이익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고 나아가 친환경에너지 선순환 구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배터리 리싸이클-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생산 수직계열화 구축과 고객사 다변화 및 포트폴리오 강화가 구체화되며 엘앤에프의 경쟁사 대비 저평가 요인이 점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