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치권 및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의 시행에 따라 한국 기업이 받을 불이익을 해소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4월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 일곱 번째이자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미국을 찾는 국빈이 된다.
국빈 방문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정부는 한국 기업이 받을 불이익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 한미간 경제적 교류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서 필요한 조치를 모색하기로 했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 같은 미국 산업정책 이행 과정에 주요 동맹인 한국의 기업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거나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백악관과 상무부 등 미국 고위급 인사와 반도체 지원법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며 "두 나라가 구축해온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기업들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미국에 많은 것을 내준 만큼 윤 대통령이 국빈 방문에서 청구서를 내밀어야 한다고 본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외교가의 격언처럼 백악관 만찬은 보통 청구서가 뒤따른다.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더라도 은근하게, 때로는 한참 뒤에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만찬 값은 이미 넘치게 선불로 지불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삼성과 SK그룹, 현대차 같은 주요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 우리 돈으로 수조 원을 미국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도 한국 기업 투자가 국빈 방문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해법을 내놓으면서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
북한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3자 배상안이 발표된 후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등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은 그만큼 미국이 양국 갈등 해소를 기다려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한미공조를 강조해온 것은 덤이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자국 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정상외교에서 해법을 도출할 필요성이 커진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에서 반도체 설비 투자를 하면 미국 정부가 재정과 세제 지원을 한다는 법안으로 지난해 8월 발효됐다. 지난달 28일 미국 상무부가 지원금 지급을 위한 세부조건을 발표했다.
미국 국가안보기관에 미국 내 생산 시설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조항은 핵심 공정 및 기밀 유출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재무 계획서를 제출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 수익이 날 때마다 미국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는 조항은 영업 비밀 노출 우려와 함께 기업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보조금을 향후 5년 동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수 없게 한 것도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향후 10년 동안 중국 또는 관련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금지하는 조항은 한국 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10년 동안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중국 공장을 폐쇄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미 시행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주요 관심사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북미에서 테슬라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