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취임 첫해 실적에서 순이익 3조 원을 이뤄냈지만 하나은행의 약진으로 은행권 4위의 실적에 머물다.
라임펀드 사태에 관한 금융당국의 징계를 수용하며 3개월 동안 사모펀드 판매가 금지됐고 관련 구상권 소송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은 부담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14일 우리은행 실적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영업이익 3조8150억 원 순이익 2조9310억 원을 거뒀다. 2021년보다 영업이익은 24.1%, 순이익은 22.9% 증가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2022년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바라본다.
은행권 3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하나은행에 2년 연속 역전 당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2022년 순이익 3조1692억 원을 냈다. 우리은행보다 순이익에서 2494억 원 앞섰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까진 누적 순이익에서 1297억 원을 앞서고 있었다. 하나은행이 4분기 만에 3800억 원의 차이를 벌렸다는 것이다.
이 행장이 취임한 첫해인 2022년 실적에서 하나은행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이 행장이 취임하기 전인 2021년에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460억 원가량을 앞섰지만 4분기 또다시 역전을 허용하며 7742억 원의 격차를 남겼다.
2021년 하나은행은 4분기에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 1위를 달성하며 퇴직연금 가입자가 많이 증가한 데다 중소기업 대출도 확대되며 좋은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올해에는 4분기 대출자산 성장과 외한매매이익이 증가한 것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2연속 역전패를 허용한 우리은행이 올해 하나은행과 경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은행은 최근 라임펀드 사태로 받은 제재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내린 72억1천만 원의 과태료와 함께 신규 사모펀드 판매 3개월 정지가 확정됐다.
하나은행과 비교해 사모펀드 부문에서 3개월의 발목을 잡힌 채 올해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라임펀드 사태 징계를 받아들여 신한투자증권과 벌이는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판매 사태로 투자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배상하게 된 데 따라 2022년 2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에 647억 원 규모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라임펀드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라임펀드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우리은행에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이 행장은 불리한 환경에서도 우리은행의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디지털과 내부통제 강화를 이어갈 계획을 세웠다.
이 행장은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경영 목표로 ‘Touch Everyone, Connect Everything’을 제시했다.
우리은행은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더 믿음직한 은행(Touch Everyone)과 다양한 산업을 연결해 금융생태계를 넓히겠다(Connect Everything)는 의미를 담은 경영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올해 경영 목표를 통해 국내 부문에서 고객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 디지털과 IT 기술, 미래 투자 등을 준비하며 조직문화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횡령 사건 등으로 내부통제에 문제를 드러낸 만큼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마련했다.
이 행장은 1월13일 직원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는 (우리은행) 리더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수준의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해외 부문 경쟁력을 높여 수익 다변화도 이뤄간다.
우리은행은 2022년 베트남 법인에서 최대 실적을 거뒀다. 베트남우리은행은 2022년 영업수익 1억300만 달러(약 1306억 원), 순이익 5천만 달러(약 630억 원)를 달성했다. 2017년 법인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인도네시아(자동차금융), 캄보디아(전용 결제 서비스) 등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