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맥 컴퓨터에 적용되는 인터페이스 화면.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터치스크린에 더 익숙한 세대의 소비자 수요에 맞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과 '맥'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를 통일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앱스토어 및 콘텐츠사업에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윈도 PC에 맞서 맥 시리즈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16일 애플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생태계 일원화와 PC시장 지배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두고 서로 상반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일원화하는 일은 애플 제품의 판매 연계를 확대하고 젊은 세대 소비자층을 겨냥하기 위해 필수적 과제로 꼽힌다.
아이폰을 구매한 이용자들이 아이패드와 맥북 등 다른 제품도 추가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려면 기기들 사이 인터페이스 구성 요소와 서비스 운영 방식 등이 유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2019년부터 맥북과 아이맥, 맥미니 등 컴퓨터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을 일부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점이 이를 위한 대표적 노력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블룸버그는 사용자들이 맥 컴퓨터에서 모바일용 앱을 구동하는 사용경험이 우수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모바일앱은 기본적으로 터치 인터페이스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반면 컴퓨터에서는 주로 트랙패드나 마우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바일앱을 개발자의 의도에 맞춰 편리하게 이용하기 어렵고 앞으로 개발자들도 모바일 기기와 컴퓨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앱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다양한 인터페이스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등 단점이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맥북 등 제품에 터치스크린을 적용하면 윈도 기반의 PC를 이용하던 사용자들을 흡수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아이폰 등 제품에서 터치스크린 기반의 우수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인텔 CPU 대신 자체 기술로 개발한 ‘M’ 시리즈 프로세서를 맥 컴퓨터에 탑재하기 시작하면서 PC시장에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M 시리즈의 우수한 연산 능력과 그래픽 성능, 전력 효율 등 장점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윈도 PC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애플이 맥 시리즈 판매를 늘리려면 차별화된 경쟁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사용자층이 모바일 기반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반면 마우스와 트랙패드로 PC를 이용하는 것을 다소 낯설어한다는 점도 애플이 갈수록 맥 시리즈에 터치스크린 적용을 검토해야 할 이유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마우스 기반의 인터페이스는 궁극적으로 터치 인터페이스에 맞서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라며 “애플은 이런 변화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처음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맥북을 선보이게 될 시기는 2025년으로 예상됐다. 아이맥 등 디스플레이를 일체형으로 탑재한 컴퓨터에도 터치스크린 적용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최근 앱스토어 등 서비스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며 실적 기반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하드웨어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존 고객을 바탕으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앱과 콘텐츠 매출을 늘리는 일은 중요하다.
맥 컴퓨터에 터치스크린이 탑재돼 더 다양한 모바일용 앱을 구동할 수 있게 되면 애플 컴퓨터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서비스와 콘텐츠 매출 확대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세대의 사용자층은 향후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터치스크린에 최적화한 형태로 이용하려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윈도 운영체제 기반의 PC도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제품이 많지만 이는 대부분 단순히 마우스를 대체하는 수준에 그쳐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애플이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인터페이스 편의성을 아이폰과 아이패드뿐 아니라 컴퓨터에도 앞세울 수 있게 되면 경쟁사와 대결에서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모든 제품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일원화하기 위해 터치스크린 기반 컴퓨터를 선보이는 일이 최우선 과제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