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12-06 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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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지주회사 차원의 바이오 투자 전담조직을 꾸렸다. 산하 바이오기업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바이오 사령탑’을 마련한 셈이다.
최 부회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등 바이오 계열사들을 잇따라 시장에 안착시키는 성과를 냈다. 이제는 인수합병(M&A)과 후보물질 도입 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바이오사업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운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바이오 투자 전담조직을 마련해 산하 바이오 계열사의 사업 확장을 지원한다. 최 부회장이 6월27일 개최된 SK바이오사이언스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SK디스커버리는 바이오전략·투자본부를 신설하고 김정훈 SK케미칼 연구개발센터장을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바이오전략·투자본부는 SK디스커버리 산하 기업들의 성장 전략 수립, 협업과 수평적 확장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SK케미칼, SK플라즈마를 비롯한 각 기업의 투자·연구개발 인력들이 참여해 투자 대상 공동검토, 미래 기술 공동연구 등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지주회사 SK가 바이오투자센터를 운영해온 것을 떠올리게 한다.
SK는 2020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바이오투자센터를 세우고 바이오사업 관련 투자를 맡겼다. 이후 바이오투자센터는 SK 계열사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SK팜테코를 앞세워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기업 프랑스 이포스케시, 미국 CBM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바이오투자센터가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한 결과 SK팜테코는 회사 규모를 대폭 확장해 2025년 매출 20억 달러를 목표로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에도 SK 바이오투자센터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산하 바이오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현재 SK디스커버리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는 투자 기반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 및 고부가 백신 도입, 해외 백신 거점 구축 등을 추진하는 중이다. 또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분야 인수합병도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00개가 넘는 투자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플라즈마는 본업인 혈액제제사업을 꾸준히 육성하는 한편 희귀난치성질환 분야에서 외부 후보물질을 도입해 상용화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티움바이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과 손잡고 세포치료제 개발기업 큐로셀에 투자했다.
SK디스커버리 바이오전략·투자본부는 이런 계열사들의 투자전략을 지휘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력 있는 인수 대상을 물색하거나 계열사별 투자 영역이 중복되지 않도록 교통정리하는 등의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전략·투자본부는 바이오사업에 대한 최 부회장의 깊은 관심을 상징하기도 한다.
최 부회장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SK케미칼 대표를 지내면서 지속적으로 백신 개발에 투자해 세계 첫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선보이는 등 성과를 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가 SK케미칼로부터 분사한 뒤 최 부회장의 ‘바이오 열정’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결정한 것은 최 부회장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부회장은 9월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리와 같은 규모의 회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참여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실패해도 경험과 기술이 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바이오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올해 5월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사업을 지원하는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을 찾았고 4월에는 백신 연구기관 힐레만연구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탄탄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신설 SK디스커버리 바이오전략·투자본부 역시 투자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정훈 바이오전략·투자본부장은 "SK디스커버리 산하 바이오 관계사들은 각각 훌륭한 인재 및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한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다"며 "바이오전략·투자본부가 각 관계사들이 더욱 성장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충분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