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손 회장은 인수를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를 계속 원했던 만큼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증권사 인수를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까지 마땅한 매물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실적 신기록을 바라보면서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
25일 우리금융지주는 2022년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6617억 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2021년 3분기 누적과 비교해 18.25% 늘었다.
우리금융지주는 3분기 순영업수익에서 7조2631억 원을 거뒀다.
자세히 살펴보면 은행 부문이 6조3476억 원, 비은행 부문은 9155억 원이다. 은행 부문 실적이 비은행 부문보다 7배가량 더 컸다.
우리금융지주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3분기 누적 실적을 기준으로 우리금융지주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며 “2019년 금융지주사 전환 이후 완전민영화라는 성과와 함께 포트폴리오 확충 노력으로 순영업수익이 해마다 11.3% 증가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3, 4위를 다투는 하나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누적으로 2조8494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우리금융지주보다 1877억 원 더 높은 실적을 냈다.
은행 부문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누적 순이익 2조3735억 원을 내 하나금융지주(2조2438억 원) 보다 앞섰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누적으로 2882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하나금융지주(8105억 원)에게 밀렸다.
최근 금리상승으로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의 업황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하나금융지주는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증권과 보험 등을 갖추지 못해 비은행 부문 실적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지주 실적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 2019년 10.3%에서 2020년 15%, 2021년 17.2%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었지만 2022년에는 3분기까지 17%를 나타내며 0.2% 줄었다.
이와 관련해 손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통해 명실상부한 금융그룹을 이뤄내는 것을 계속 추구해 왔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며 기존 비은행 자회사의 눈에 띄는 성장을 이끌겠다”며 “증권 등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무게감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고 회장에 취임한 2019년 국제자산신탁,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했고 다음 해인 2020년에도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는 등 인수를 통한 비은행 부문 확대를 이어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올해 안으로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올해 증시침체로 증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으나 증권사들이 지난해 최대 호황으로 많은 이익을 쌓아 둔 상태였기 때문에 매각까지 고민하는 곳은 아직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인수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위험가중자산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유형별로 위험 정도를 감안해 가중치로 평가한 것을 말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며 “향후 인수합병을 통한 비은행 부문 추가 확대를 위해서라도 자기자본비율 관리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은 2022년 상반기 211조4390억 원으로 2021년 상반기보다 9.8% 늘었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를 인수하게 되면 위험가중자산비중이 더 늘어나 재무 건전성이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증권사 인수를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우리금융지주에게 나쁜 일이 아니라는 시선도 나온다.
금융업계에서는 최근 글로벌 금리상승 등으로 주식시장이 위축돼 2023년에는 지금보다 더 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특히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노릴 수 있는 최우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최대 실적을 거둬 손 회장의 연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지나 최근 우리은행 직원 횡령과 이상 외환거래 등으로 내부통제의 문제점이 나타난 것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손 회장이 2023년 3월에 연임하게 된다면 내년부터는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증권사 인수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