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10-12 16: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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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제주항공이 뒤늦게 뛰어든 항공화물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체계 완화에 따라 여객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코로나19 시기에 모두 고점을 찍은 항공화물 운임이 하락하고 물동량도 감소하고 있어 항공화물시장이 쪼그라들 가능성도 크다.
▲ 제주항공은 올해 2월에 항공화물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발표를 하고 올해 6월에서야 화물전용기 1대를 도입했다. 사진은 제주항공이 6월 도입한 화물전용기. <제주항공>
12일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이 계획한 대로 항공화물사업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올해 2월에 항공화물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발표를 하고 6월에서야 화물전용기 1대를 도입했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인천~베트남 하노이를 시작으로 일본 도쿄 나리타, 중국 옌타이로 항공화물 노선을 확장하며 운항횟수도 점차 늘려 10월 현재 하노이 주 6회, 도쿄 주 4회, 옌타이 주 6회를 운항하고 있다.
화물전용기 운송량도 계속해서 늘었다.
화물전용기 운영을 6월20일에 시작해 첫달에는 운송량이 242톤에 그쳤지만 7월 920톤, 8월 952톤, 9월 1060톤으로 늘어나면서 약 3개월 동안 모두 3174톤의 화물을 실어 날랐다.
제주항공은 항공화물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3개월 동안의 항공화물사업 실적을 두고 보도자료에서 ‘연착륙’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가장 최근에 내놓은 '항공시장동향'을 보면 7월 기준 국적 항공사들이 실어나른 화물은 모두 288만8030톤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제주항공의 국제화물 점유율은 0.8%에 그친다.
화물전용기를 도입한 지 3개월에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항공업계가 처한 환경을 고려할 때 제주항공이 항공화물사업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항공화물 운임과 물동량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TAC인덱스가 매월 발표하는 항공화물운임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북아메리카로 향하는 노선의 항공화물 운임은 Kg당 평균 12.72달러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 12월 kg당 평균 3.62달러였던 것과 비교해 250%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9월 기준 kg당 7.94달러까지 하락했다. 아직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위기로 한창 운임이 급등했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화물 운송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항공사가 취급한 화물수송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화물 운임이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해상물류 대란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발빠르게 여객기를 화물전용기로 개조해 화물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코로나19 기간에 여객수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실적을 방어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의 경우 역대 최고 실적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해상물류 운임이 고점을 찍은 뒤 점차 하향 안정화하면서 항공화물 운임 역시 낮아지고 있다.
앞으로 항공화물 수요와 운임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상 컨테이너선 운임이 최근 4개월 연속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항공 화물 수요 감소와 운임 하락 추이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항공화물 자체의 수요 둔화와 컨테이너선 수요 둔화,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에 다른 밸리카고 공급 확대가 항공 화물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제주항공이 올해 6월 화물전용기를 도입할 당시 이미 ‘늦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에도 항공화물사업의 운임과 물동량이 코로나19 때와 비교해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6월에 처음 화물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항공기를 따로 도입했다. 그동안은 항공기 화물칸(벨리 카고)을 이용해서만 화물사업을 해왔다.
제주항공은 앞서 2018년에는 제주~김포 노선에서, 2021년 말에는 제주~대구 노선에서 화물운송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이 사업들은 국내에서 화물칸을 이용한 화물사업이었기 때문에 규모가 크지 않았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6월7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항공>
다만 화물사업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점은 제주항공이 화물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다.
제주항공의 화물전용기는 보잉사의 737-800BCF로 제주항공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와 기종이 같다. 과거 여객기로 쓰이던 항공기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해 활용해서 이용하는 것이다.
여객기와 같은 기종으로 화물 전용기를 도입함으로써 항공기 정비나 조종사 훈련 등 운항에 필요한 비용이 절감됐다. 향후 여객수요가 다시 증가하면 일반 여객기로 돌릴 수도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폭 성장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노리고 화물전용기를 도입한 것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의 여객 재개에 따라 화물칸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항공화물 수요 자체가 급감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공화물사업도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만 먼저 화물전용기를 기존 여객기와 같은 기종을 쓰고 있는 만큼 운영에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다"며 "거래처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여객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올해 들어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올해 1월 제주항공 창립 17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에서 항공화물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보였으며 6월에 열린 취임 2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 대표는 6월 기자간담회에서 "여객이 정상화돼 밸리카고(여객기 하부 화물칸)가 늘어나도 전자상거래 확대에 따른 화물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며 ”베트남 등 아시아쪽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되기 때문에 사업성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