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특유의 과감한 전략추진을 디지털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함 회장은 SK텔레콤(SKT)과 대규모 지분교환을 통해 혈맹관계를 맺으며 디지털 전환에서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5월 제16기 하나금융그룹 SMART 홍보대사 발대식에서 홍보대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함 회장은 당초 디지털 역량 강화에서 외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는데 이번 SKT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디지털 금융 혁신에 추진동력을 보태게 됐다.
25일 하나금융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함 회장은 S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사람 중심의 금융 플랫폼 회사'로 거듭난다는 비전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개방형' 디지털 혁신을 통해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함 회장은 3월 취임하면서 오프라인 강점 극대화 및 비은행 사업 재편, 아시아 중심의 현지 전략 강화, 개방형 디지털 혁신 추진 등 3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함 회장이 취임할 때 디지털 역량 강화와 관련해 외부와 협력을 강조했던 만큼 이번 S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이 뜻밖인 것은 아니다.
신한은행이 올해 1월 하나금융지주에 앞서 KT와 디지털 혈맹을 맺은 사례도 있는 만큼 금융사와 통신사가 각각 필요한 정보통신기술 역량과 금융서비스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함 회장은 취임사에서 “디지털 인재 육성 및 적극적 투자와 내재화로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외부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한 실질적 성과 및 고객과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S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은 함 회장이 취임한 뒤 디지털 전환 관련해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첫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함 회장은 취임 뒤 자사주 소각이나 하나증권 출자 등 굵직한 경영 현안에 과감한 행보를 보여왔으나 디지털 전략 관련해서는 6월 지주사 디지털 부문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 말고는 딱히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함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디지털 관련 외부 인재 수혈에도 소극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가지 사례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만 내부 출신의 디지털최고책임자(CDO)를 두고 있다.
함 회장은 이번 협약을 발판 삼아 디지털 플랫폼 역량 강화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새 먹거리 발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모두가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카카오나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도 금융산업에 뛰어들어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경쟁자들과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디지털 경쟁력을 서둘러 확보해야만 한다.
신한은행과 KT의 전략적 협력 사례에 비춰볼 때 하나금융지주와 SKT는 디지털 인재 육성이나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새 금융서비스 개발 등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과 KT는 올해 초 9천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뒤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양성, KT의 IPTV 활용한 금융서비스 제공, 신한은행 모바일앱에서 KT 알뜰폰사업자 요금제 판매 등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함 회장은 6월 새 비전으로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혁신적 플랫폼을 내세우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2일 SKT와 금융 및 ICT 혁신에 바탕을 둔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지분교환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두 회사는 지주사와 계열사가 참여해 지분을 교환하고 △금융의 디지털전환 △금융, 통신데이터 결합을 통한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고객 특화상품과 서비스 융합 △상호 인프라 공동 활용 △디지털 바탕의 공동 마케팅 △ESG협력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 확대 등에 힘쓴다는 계획을 세웠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