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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한국 기술로 도약한 중국 BOE, 그래서 디스플레이 불안해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2-06-1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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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이 한국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디스플레이기업의 초고속 성장의 밑거름은 한국기업의 기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중국 디스플레이기업들이 중국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발판 삼아 초고속 성장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순수 영업만으로는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정부 보조금 덕분에 순이익을 내왔고 낮은 이자율의 막대한 대출을 받으며 설비투자를 진행해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 지원만으로 중국기업의 고속 성장을 설명하는 데는 부족한 점이 많다. 아무리 정부가 든든히 지원해줘도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기업들이 오랫동안 성과 없이 부진을 거듭했으면서도 연구개발을 밀고 나갔던 뚝심을 인정할 부분이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기업이자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BOE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디스플레이 위탁생산을 하는 하청업체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부터 LCD 사업을 시작한 이후 줄곧 적자를 보다가 2013년에서야 첫 흑자를 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연구개발에 매진해 일정 부분 기술 수준에 도달했고 그 노력이 실적으로도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

BOE의 창업주 왕둥성 회장은 “가장 잘 한 일은 하나에만 집중하고 한 곳만 팠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지금 BOE 등 중국기업들은 LCD 시장을 장악했고 올레드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BOE는 홈페이지에에 N자 형태로 두 번 접히는 폴더블 올레드와 안팎으로 모두 접히는 폴더블 올레드 등 한국기업도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기술까지 선보였다.

그런데 알고 보면 BOE 등 중국기업이 축적한 기술력의 상당 부분은 한국에서 흘러간 것이다.

한국기업 인수합병, 한국 전문인력 빼가기, 한국기업의 협력업체 이용 등 기술을 탈취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개중에는 불법적 요소가 있는 것도 제법 많다.

BOE는 LCD사업의 태생부터가 한국기업을 모태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운관TV의 디스플레이 하청업체에 불과했던 시절 한국의 하이디스를 인수하면서부터 LCD기업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하이디스는 하이닉스반도체의 LCD사업부가 분사한 회사였다. 하이닉스가 재무상황 악화로 반도체 이외 사업을 팔아넘기던 2002년 BOE에 매각됐다.

BOE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기술인력과 핵심기술들을 흡수한 뒤 이를 토대로 중국 현지에 LCD 생산공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작업이 끝나자 BOE는 하이디스를 부도처리한 뒤 다시 팔아버렸다. 단물만 빨아먹고 그야말로 먹튀한 셈이다.

이밖에도 기술탈취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한국 기술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방식이다. 삼성이나 LG 출신 기술자들에게 고액 연봉과 복지 혜택을 약속하면서 영입하는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돈 앞에 장사 없다고 기존 연봉의 몇 배를 약속하는 영입제안에 실제로 많은 기술자들이 넘어갔고 함께 기술도 흘러들어갔다.

인력과 기술 빼가기는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는 내내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것인 만큼 그 사례가 매우 많다.

2011년에는 BOE 직원이 삼성과 LG의 LCD와 올레드 기술을 불법으로 빼가는 일이 있었다. 삼성과 LG의 연구권들은 BOE 직원과 공모해 핵심기술을 불법으로 유출했다 덜미가 잡혔다. 당시 경찰이 추산한 기술유출에 따른 국내경제 피해액은 약 52조 원에 이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한국정부와 우리 기업들도 이런 사례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해 나갔지만 중국 쪽의 수법도 그만큼 더 교묘해졌다.

유령기업을 만들어 기술인력을 취직시켜 퇴직 후 경업금지 조항을 피하는가 하면 삼성이나 LG의 하청업체에 산업 스파이를 심어 놓은 사례도 확인됐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글로벌로 다양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국적을 가리지 않고 소재·부품·장비업체와 패널업체, 고객사 등이 얽혀 있는 점도 기술유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당장 BOE가 애플에 아이폰 올레드 패널을 공급하게 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기술이 애플을 통해 우회적으로 BOE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기업의 협력업체 상당수가 BOE 등 중국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이들을 경유해 기술이 유출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는 불법적 기술유출인지도 모호하다.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업체 톱텍은 중국기업에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이 난 적이 있다.

톱텍이 삼성에 납품하던 올레드 곡면합착기를 중국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올레드 곡면합착기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개발한 것으로 올레드 패널의 곡면 구현에 필요한 핵심장비다. 핵심 설계, 구조 등은 삼성디스플레이 기술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합법과 비합법 여부를 떠나 한국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확인되지 않은 기술유출 사례는 더 많을 게 분명하다. 기술유출이야말로 우리 디스플레이 경쟁력의 가장 큰 위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유출이 확인되더라도 사후대처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기술특허를 무단 도용하는 것에서부터 인력 빼가기와 산업 스파이 행위 등 범법 행위로 볼 여지가 있는 것들도 많지만 중국정부에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게 인지상정이고 어느 나라에서나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있는 게 당연하지만 중국정부의 행태는 그런 차원을 넘어선다.

게다가 삼성이나 LG는 중국에서 하는 사업도 많아서 섣불리 따지고 들지도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언급했던 2011년 BOE의 기술 탈취 시도 사건에서 삼성과 LG는 법원에 BOE 법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되기 원치 않는 기업들의 속사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을 수 있다.

중국기업들이 LCD를 넘어 올레드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이 기술 초격차로 산업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기술유출에 대한 방비책도 더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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