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 기자 sunnyday@businesspost.co.kr2022-06-02 15: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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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증권사들이 앞다퉈 가상자산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증시 부진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 가상자산 이미지. < pixabay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등 증권사들은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거나 업무협약을 맺는 등 가상자산사업에 발을 내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핀테크 기업 루센트블록과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루센트블록은 상업용 부동산을 증권화해 주식처럼 누구나 소액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소유'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밖에도 블록체인에 기반한 금융상품 가격예측 플랫폼인 '레인보우닷'을 운영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 인덱스마인에 지분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SK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업무협약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난해에는 가상자산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협약을 맺었고 블록체인 전문 기술 기업 해치랩스와 금융-블록체인 공동 연구개발 구축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외부업체와 협력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가상자산사업을 검토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증권토큰발행(STO)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STO 관련 컨설팅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도 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전담할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관련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가상자산시장 진출은 미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국내증시 둔화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미리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일을 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시선이 많다.
올해 1분기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평균 42%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분기에도 국내증시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감소세를 보이며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던 2020년 초 수준까지 내려간 상태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4월 18조6천억 원으로 줄었는데 5월에도 계속 감소하며 16조6천억 원까지 낮아졌다.
반면 가상자산시장은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최근 루나·테라 사태 등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나 큰 흐름에서는 여전히 성장성을 지니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가상자산 관련 비즈니스 영역, 수익기여도 등을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가상자산이 기관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실제 2018년 50%에 불과했던 기관 투자자 비중은 현재 70%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증권사 입장에서 볼 때) 현 시점에서 향후 시장 성장성이 높으며 기존 사업 모델과 연속성을 지닐 수 있는 신규 수익원은 가상자산사업"이라며 "가상자산시장은 성숙산업에 들어선 전통 금융업과 비교해 이제 막 개화하고 있고 관련 수익 창출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새 정부에서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된다면 향후 증권업계의 가상자산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발행(ICO) 허용 및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등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으며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윤유동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고 실물자산이 가상자산으로 바뀌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 증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거의 동일하다"며 "시장 성장과 함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에 발빠르게 준비하는 증권사만이 선점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