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 정부 출범도 하기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되던 '아빠찬스' 의혹 제기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까지 번지며 윤석열 정부 초내 내각 인사들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4월14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호영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가운데 김인철 후보자의 아빠찬스 의혹도 봇물을 이루는 모양새다.
김인철 후보자가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 회장 재직할 때 그의 딸이 2년 동안 1억 원에 이르는 풀브라이트재단 장학금을 받아 특혜 논란이 제기됐는데 김 후보자의 아들도 풀브라이트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의혹이 더욱 커졌다.
김 후보자의 아들은 2010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에 입학해 2016년 졸업했다. 이후 같은해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 입학해 2018년까지 사회과학대학 석사과정을 밟는 동안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아들의 장학금 수령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었는데 이같은 내용이 이날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알려졌다.
김 후보자 딸은 2014년 2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해 8월 미국 코넬대학교에 입학해 2016년까지 응용경제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2년 동안 지원을 받았다.
일각에서 김 후보자 딸의 이화여대 졸업 학점이 3.8점대(4.3점 만점)라는 주장이 제기돼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4.3 만점에 3.8대 학점이 맞다면 풀브라이트 장학금 경쟁에서 그다지 우수한 성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후보자 딸은 2014년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졸업 학점 3.75 이상인 사람이 받는 '우등 졸업'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졸업 학점이 4.0 이상인 '최우등' 졸업 인정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풀브라이트재단 홈페이지에는 동문회가 장학생을 선발 관리하는 한미교육위원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한다고 소개돼있다. 당시 동문회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장학생 선발 과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김 후보자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부터 2011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동문회가 주축이 돼 만든 한미교육문화재단 감사를 두 차례 맡았다.
더불어 김 후보자는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을 총괄하는 심재옥 한미교육위원단장과 함께 교육개혁 심포지엄을 열거나 풀브라이트 '동문인의 날' 행사를 같이 개최하는 등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비영리 교육기관인 한미교육위원단에서 운영하는 장학금이다. 연 4만 달러 가량의 학비와 생활비를 비롯해 가족수당, 본인 몫의 왕복 국제항공권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장학생 선발 사실 자체가 미국 대학 합격에 유리해 '스펙'으로 여겨질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정호영 후보자를 둘러싼 아빠찬스 의혹 역시 나날이 새로운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정 후보자가 교수로 경북대학교에 재직하던 시절 정 후보자의 딸이 정 후보자의 수업을 수강한 것으로 최근 강선우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됐다. 아버지가 딸에게 학점을 부여한 것이다.
경북대는 교수의 자녀가 아버지나 어머니의 강의를 수강하면 학교에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 후보자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학병원 부원장과 원장으로 재직했을 때 딸과 아들이 나란히 경북대학교 의대에 편입했다는 사실과 함께 그의 아들이 경북대학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로 공익근무요원 재판정을 받아 병역특례 논란이 일면서 '조국 시즌2'라는 말도 나온 바 있다.
김 후보자나 정 후보자 이외에 다른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 모두 검증해야할 대상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가 윤석열 정부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아빠찬스 논란이 새 정부에 미칠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조국사태를 지켜봤던 국민들에게는 김 후보자와 정 후보자의 아빠찬스 논란이 조국사태와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기간 공약집 이름을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 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정할 정도로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집중하는모습을 보였다. 전날 6대 국정목표에서도 첫번째로 '상식이 회복되는 반듯한 나라'를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아빠찬스 논란이 이어지면서 윤석열 당선인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청년들이 `아빠찬스`에 분노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정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며 "입시 비리와 군 면제 의혹이 있는 정 장관 후보자와 딸의 장학금 지급 논란이 있는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와 정 후보자 측은 '특혜는 없다' 혹은 '개인 정보라 확인해 줄 수 없다' 등의 해명과 함께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후보자의 청문회는 5월3일 예정됐으며 김 후보자 청문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