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01-25 17: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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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설 연휴를 분기점으로 파업을 중단할까?
택배노조의 파업이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택배 노동자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25일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에서 택배노조 및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잘 이행하고 있다는 국토교통부의 현장점검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택배노조가 파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25일 택배노조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에도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단식농성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CJ대한통운의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다면 파업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28일 총파업에 돌입해 이날로 29일차에 접어들었다. 택배노조원 11명의 무기한 단식농성은 20일째 이어지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날 전국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을 비판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은 자신의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설 택배대란을 막기 위한 택배 노조의 모든 제안을 ‘계약관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간접고용의 뒤에 숨어 문제 해결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CJ대한통운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월11일 노동자대회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택배업계 안팎에서는 택배노조가 파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택배노조는 파업을 시작하면서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 삼았다.
분류작업에서 택배노동자들을 제외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와 달리 택배노동자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잘 이행하고 있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같은 택배노조의 주장은 소비자와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게 됐다.
국토부는 24일 지난해 6월 체결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의 이행 여부에 대한 1차 현장점검을 한 결과 합의 사항이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택배회사가 택배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하지 못해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 참여할 경우에는 별도의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심야배송 제한과 사회보험 가입 등도 정상적으로 이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1월1일부터 사회적 합의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이달 초부터 전국 택배 터미널을 대상으로 불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1월 둘째 주부터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택배 현장에 대한 심층조사도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해 올해 초부터 5500명 이상의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아울러 CJ대한통운은 택배요금 인상도 사회적 합의 이행과는 관계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히며 택배노조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국민들이 허락한 택배요금 인상을 악용해 연 5천억 원의 요금인상분 가운데 3천억 원을 이윤으로 빼돌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요금 인상은 사회적 합의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수익성 제고를 위한 것이다"며 “지난해 6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이전인 지난해 4월 택배요금을 140원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CJ대한통운 비노조 택배노동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CJ대한통운 비노조택배기사연합은 23일 국회의사당 옆 인근에서 ‘택배노조 파업철회 촉구집회’를 열고 ‘명분 없는 파업으로 비노조기사 죽어간다’, ‘불리할 땐 노동자, 이익 땐 사업자, 노조는 물러가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은 “(CJ대한통운 노조가) 국민들의 물건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파업 장기화로 인한 고객사 이탈로 배송 물량이 감소해 기사들의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택배를 받지 못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고 택배를 발송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택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불편을 겪고 있다”며 “20곳에 택배를 보내면 2곳 정도는 택배불가지역이라고 안내를 받아 다른 택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가 지나면 늘었던 물동량이 감소하는 만큼 택배노조의 협상력이 이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CJ대한통운은 설 연휴 택배 배송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1700여 명의 인력을 추가로 투입했다.
택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노조원들의 수입도 감소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며 "택배노조가 파업을 그만두기 위한 명분을 찾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