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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KT의 분위기가 올해 들어 크게 바뀌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KT에 남아있던 공기업의 잔재를 상당 부분 벗겨내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KT에 '혁신 마인드'와 '경쟁력 강화' 기조를 심었다는 것이다. 물론 KT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황 회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인데 갈수록 입지가 견고해지고 있다.
◆ 황창규의 KT, '신바람'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지난해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올해도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2929억 원을 내며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도 3년 만에 재가입했다.
KT는 올 들어서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본연사업인 이동통신분야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마케팅 비를 줄이는 실속전략이 통하고 있다.
KT는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7과 LG전자의 G5 판매경쟁에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이를 중저가폰 판매전략으로 메우고 있다.
최근 출시 15개월이 지난 아이폰6의 재고소진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KT는 아이폰6 출고가를 10만 원 낮췄는데 이 전략이 통하며 재고를 모두 털어냈다.
미디어와 콘텐츠, IT솔루션 사업 등은 KT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료방송인 ‘올레TV’는 IPTV(인터넷방송)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이에 기반한 방송, 동영상 콘텐츠사업이 모바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사업들은 KT 유선사업의 장기적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유선사업 부동산을 활용해 임대사업에 나서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KT가 올해도 영업이익 1조 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KT가 올해 영업이익 1조3300억 원을 내 지난해보다 2.86%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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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회장은 2018년도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KT가 글로벌 최초로 차세대 네트워크인 5G 상용화를 성공시키겠다는 중장기 사업목표를 갖고 있다. |
◆ KT 직원 기 살리는 황창규
황창규 회장은 KT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데 힘쓰고 있다.
황 회장은 매 분기마다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업현황을 설명하고 그동안 성과를 평가하는데 최근 그가 보낸 이메일은 질책이나 독려보다 칭찬 위주였다. KT 회장에 처음 취임한 뒤 질타를 쏟아냈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황 회장은 최근 이메일에서 “KT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진 게 보인다”며 “KT만의 강력한 조직문화와 경쟁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황 회장에게 올해는 임기의 마지막 해다. 올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재신임이 달라진다.
황 회장도 올해 KT의 수익성을 완벽히 회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연말 영업과 마케팅 역량을 한 데 모으고 이를 지원하는 경영지원부문의 위치도 격상하는 등 조직개편도 마무리했다.
황 회장은 KT 회장에 오른 직후부터 국내 최대 유선인프라를 활용한 기가인터넷사업과 사물인터넷(IoT)을 연계한 융복합사업을 강조했는데 올해 이런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기가인터넷의 경우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해 서비스를 본격화한지 1년도 되지 않아 가입고객 100만 명을 넘게 확보하는 등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사업의 경우 헬스케어사업에 특화한 틈새전략을 들고 나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IPTV 서비스를 연계한 점도 향후 실적에 긍정적이다. KT는 IPTV시장에서 점유율 1위이기 때문에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의 확산속도도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 황창규, 이동통신에서도 ‘황의 법칙’ 만들까
황 회장은 KT 회장을 맡은 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차세대 네트워크 5G’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KT의 위상을 ‘글로벌 KT’로 한 단계 높이겠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5G 네트워크 상용화 시점으로 정했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통신분야 비전문가 출신인 황 회장의 입지도 한층 탄탄해 진다.
황 회장은 이를 위해 올해 KT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기반으로 연임에 성공해야 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KT는 도약할 최고의 기회를 맞고 있다”며 “모두 같은 꿈을 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되듯이 글로벌 1등 KT는 멀기만 한 미래가 아니다”라고 독려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황 회장이 KT 회장에 재선임되면 사업적 측면에서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한다. 평창올림픽에서 5G를 상용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18개월마다 반도체 저장용량은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무너뜨린 ‘황의 법칙’으로 세계 반도체업계에서도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황 회장이 반도체에 이어 통신사업에서도 ‘황의 법칙’을 만들어 보겠다는 뜻을 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가인터넷과 사물인터넷 등 KT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5G네트워크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KT가 이전보다 ‘빠르고’ ‘혁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황 회장에게 당장 급한 불은 올해 사업성과를 높이는 것이겠지만 그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