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발 구조조정은 재계 전체로 들불처럼 번질까?
삼성그룹은 대체로 재계의 상황을 대변해 왔다. 삼성그룹의 행보는 다른 기업들의 행동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기업들은 삼성그룹이 인사제도나 연봉제도, 근무정책을 변경하면 이를 참조하곤 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삼성그룹의 계열사의 직원이 줄었다. 대외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상시적인 희망퇴직 등으로 인원감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직원은 9만6898명으로 전년보다 2484명이 줄었다. 전체 직원의 2.5%를 감축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 200여 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감원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최대규모다.
특히 계약직 직원의 감소가 눈에 띈다. 지난해 삼성전자 계약직의 57%인 1626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이 1%인 858명만 그만둔 것과 대비된다.
삼성전자와 같은 전자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는 전체 직원의 6.49%와 7.57%인 1734명, 964명을 각각 감축했다.
삼성SDI는 287명이 줄어 2.52%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올해와 내년 전체직원의 11.5% 수준인 1265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앞으로 인원이 많이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도 434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는 2014년과 대비해 3.1%가 줄어든 것이다.
건설중공업 계열사 중에서 지난해 1조5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이 직원의 11.83%인 815명을 내보냈다.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도 사업부통합 등으로 884명(6.82%)을 줄였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오히려 직원이 186명 증가했다. 정규직이 105명 줄어들었지만 계약직이 291명 늘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177명이 늘어 2014년 대비 7.87% 증가했다. 비즈니스호텔사업 확대와 신규면세점 개장 등으로 면세점과 호텔 사업부 직원이 늘었다.
금융계열사는 삼성화재만 인력이 194명(3.53%) 늘었고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증권은 각각 133명(-2.43%), 112명(-4.48%), 29명(-1.29%) 줄었다.
제일기획과 에스원은 각각 36명, 49명만 줄었다. 하지만 이 두 계열사는 최근 매각설이 나돌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이 아닌 그룹차원의 사업구조조정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은 이미 화학과 방산계열사를 모두 정리하는 등 외환위기 당시를 방불케 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 먼저 몸집을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
|
|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외환위기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그룹 체질개선을 이끌었는데 이번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96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사장단회의를 열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3년 동안 경비 30%를 절감하겠다는 330운동을 추진했고 반도체 부천사업장, 삼성중공업 지게차‧중장비사업부를 매각했다. 또 임직원의 25%를 줄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실용주의 경영을 내세우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삼성SDI 화학사업부를 매각하는 대신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을 증설하고, 삼성SDI의 배터리사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의약품사업 등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삼성그룹 구조조정은 재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그룹과 한화그룹, 롯데그룹 등이 조 단위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며 주력사업을 재편하고 있고 두산그룹은 중공업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은 현재 상황을 외환위기 때 만큼 좋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그룹이 먼저 구조조정에 나선만큼 재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