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차기 회장 후계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신한사태’의 어두운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려고 하는 것일까?
한 회장이 이런 뜻을 확고히 품고 있다면 신한금융 회장 승계구도가 요동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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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이 연임에 실패한 배경에는 신한사태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신한금융 회장 승계구도에서 신한사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신한생명은 1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병찬 사장을 선임했다.이성락 전 사장은 비등기임원인 신한생명 부회장(고문)으로 물러났다.
이 전 사장은 신한금융 안팎에서 차기 회장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꼽혔다.
신한금융은 이 전 사장의 퇴임 이유로 장기 재임을 들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 전 사장은 신한아이타스와 신한생명을 합쳐 5년 동안 계열사 사장으로 일했다”며 “저금리에 대처하기 위해 보험전문가인 이병찬 사장이 선택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사장의 퇴임에는 신한사태도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계속 나온다.
신한사태는 2010년 신한금융에서 벌어진 경영권 내분을 말한다. 당시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과 극심하게 대립해 치열한 법정싸움을 벌여 신한금융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전 사장은 신한금융 내부에서 대표적인 ‘신상훈 라인’으로 꼽혔다. 반면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등은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됐다.
한동우 회장은 신한사태의 상처를 치유할 적임자로 회장에 취임한 뒤 그동안 신한금융에서 신한사태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힘써왔다.
이 때문에 한 회장이 차기 회장 승계구도를 고심하면서 신한사태의 그림자를 인적으로도 완전히 청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심했을 수도 있다. 이성락 전 사장이 연임에 실패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생명, 신한금융투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전현직 CEO들을 대상으로 회장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이성락 전 사장은 CEO에서 물러난 뒤에도 회장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지만 ‘현직 프리미엄’을 무사하기 어렵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 전 사장은 5년 동안 신한금융의 계열사 사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수행했다”며 “이 전 사장의 퇴임에 신한사태가 영향을 줬다고 보기 힘들며 차기 회장을 선임할 때 현직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회장이 승계구도를 짜면서 신한사태를 완전히 청산하려고 하는지 여부는 8월에 임기가 끝나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연임 여부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위 사장도 차기 회장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데 연임에 실패한다면 한 회장이 임기 중에 신한사태의 그림자를 인적으로도 걷어내겠다고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회장 승계구도에서 신한사태가 변수로 작용할 경우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 안팎에서 조 행장은 신한사태 당시 비교적 중립을 지켜 신한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11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의 선임을 놓고 논의에 들어간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한 회장과 신한금융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