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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비통 인천공항점 전경. |
명품업체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특히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3대 명품업체들은 어느 때 보다 ‘귀하신 몸’이 됐다.
명품업체들은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별로 제한된 수의 매장을 운영하는 데 국내에서 신규 시내면세점 업체들이 3대 명품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대 명품이 모두 입점한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소공동과 월드타워점, 장충동 신라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4곳이다.
면세점업체들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야 고객모집이 수월해지고 면세점 가치가 올라가는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콧대가 높아진 명품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 입점을 한다고 해도 면세점 수익성에 큰 기여를 하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시내면세점, 누가 먼저 3대 명품 입점할까
16일 업계에 따르면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들 가운데 HDC신라면세점이 가장 먼저 3대 명품 유치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에는 HDC신라면세점이 명품업체들과 막바지 입점 협상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HDC신라면세점은 매장 5층에 3대 명품 매장을 연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 공간은 비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1일 주주총회 후 HDC신라면세점의 3대 명품 입점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HDC신라면세점 명품 유치는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 사장은 직접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을 만나는 등 3대 명품 입점에 온 힘을 쏟고 있다. LVMH는 루이비통 뿐만 아니라 디오르, 펜디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신세계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두산, SM면세점 등은 모두 3대 명품 입점과 관련해 큰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입점에 관해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 공식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다만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 단독 입점했던 일부 브랜드가 3월에 면세점에도 입점하며 명품 브랜드 입점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3대 명품은 아니지만 인기 높은 명품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구찌 입점을 최근 확정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12월28일 63빌딩에 갤러리아면세점63을 부분 개장했고 올해 6월에 완전 개장한다.
두산은 5월에, 신세계는 4월에 새로 시내면세점을 연다. 이들도 3대 명품 브랜드들의 입점을 확정짓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되찾을 경우 신규면세점들이 3대 명품입점에 모두 실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천우 두산 부사장은 “명품 브랜드의 경우 아시아 한 국가당 점포수를 한정하고 있다”며 “기존 면세점이 계속 운영하게 되면 신규 면세점에서 추가로 매장을 열 수 있는 여력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명품 브랜드, 면세점사업에 꼭 필요할까
면세점업체들이 명품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그만큼 명품 브랜드 입점으로 얻는 것이 크기 때문이다.
명품은 높은 가격대의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매출 기여도가 높다. 특히 3대 명품 매출은 면세점 1년 매출의 10~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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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루이비통의 경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면세점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국내 화장품업체들에 밀리긴 했지만 전체 매출 4위에 오르며 여전히 높은 판매비중을 차지했다. 샤넬도 꾸준히 2, 3위를 오르내리며 면세점 매출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평균판매 단가가 높기 때문에 면세점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고가의 명품 브랜드는 가방 하나만 해도 수백만 원대의 제품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판매 수량이 많지 않아도 매출이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3대 명품을 비롯한 유명 명품의 입점 여부에 따라 면세점의 브랜드 가치가 좌우되기도 한다. 유명 명품이 입점했다는 것은 이들의 까다로운 입점조건을 만족시켰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인 고객들은 명품을 보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명 명품의 입점 여부가 면세점 집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3대 명품브랜드가 입점하면 면세점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지난해 명품 소비에 쓴 돈이 1168억 달러(약 141조 원), 전세계 명품 판매액의 46%에 이를 정도로 명품 선호도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의 58%를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신규로 문을 여는 면세점업체들의 경우 면세점 홍보를 위해서라도 유명 명품업체를 입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콧대 높아진 명품, 면세점 수익성에 독이 될 수도
면세점업체들이 명품 입점으로 얻는 것도 많지만 지금처럼 명품 유치에 과열전이 벌어질 경우 명품업체만 좋은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내면세점들이 저마다 명품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판매 수수료를 낮추는 등의 협상이 이뤄질 경우 수익성 확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업체들이 명품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 명품 브랜드를 입점하려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다고 해도 면세점 수익에 큰 기여를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은 공급자가 제시하는 가격에 들여와 이윤을 붙여 파는 구조다. 곧 명품업체들이 높은 마진율을 책정할 경우 면세점은 비싼 가격에 물건을 들여와 낮은 이윤을 붙여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명품업체가 면세점 업체에 무리한 요구를 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매장을 철수한 경우도 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인천공항면세점 업체와 입점 계약 협의를 하면서 단독 매장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