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이 파업이라는 노조의 최후통첩을 받아들고도 최종안을 고수하면서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HMM 사무직 직원들로 이뤄진 육상노조가 해원연합노동조합(선원노조)보다 파업 찬반투표를 일주일 늦게 실시하기로 하면서 당분간 두 노조의 공동 투쟁이 어려워진 데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선원노조는 육상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미루면서 당장 파업을 벌이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초 선원노조는 선원법상으로 쟁의행위가 제한돼 있어 육상노조와 함께 초과근무 중단, 유급휴가 소진 등 단계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장 이를 실현할 수 없게 됐다.
선원법상 운항하고 있는 선박의 선원은 파업 등 쟁의행위가 불가능하다.
선원노조는 25일 단체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선원노조로서도 일자리를 잃는 것이니만큼 부담이 큰 데다 이 또한 현재 배 위에 타고 있는 선원들을 생각해볼 때 여러모로 실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육상노조는 선원노조보다 먼저 쟁의권을 확보했는데 파업 찬반투표는 일주일 늦게 30일에 실시한다. 선원노조는 23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과반수의 찬성표를 확보했다.
잠깐일지라도 두 노조의 결속력이 약해진다는 점은 협상에서 배 사장이 기선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
노조로서도 파업을 벌이는 데 부담이 커지는 만큼 배 사장이 지금까지와 태도를 바꿔 강대강으로 맞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노조와 채권단 양쪽의 눈높이를 모두 맞추려 했다면 채권단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쪽으로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아직 공식적으로 HMM 임단협과 관련해 왈가왈부하고 있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국민혈세가 수조 원이나 들어갔는데 동종업계 다른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노조가 회사에서 제시한 임금인상률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예고했을 때에는 “HMM은 2018년 채권단 관리체계에 들어가며 경영 정상화를 달성할 때까지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노사합의를 받았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HMM은 채권단을 설득해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선원노조와 진행한 2차 조정회의에서 임금 8% 인상, 격려금 500%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를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협상을 지속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도 “전향적 수정안(임금 8% 인상, 격려금 500% 지급 등)을 제시했음에도 육상노조에 이어 해상노조와도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노조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현실화했을 때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배 사장이 마지막으로 채권단을 설득해 격려금 규모를 높여 노조에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선원노조도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된 뒤에도 회사가 전향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대화로 풀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
올해 임단협을 놓고 노사가 한발씩 물러나면서 의견 차이는 이미 상당히 좁혀졌다.
회사는 두 노조에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뒤 장려금 200%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선원노조는 마지막 조정에서 임금 8% 인상, 격려금 800% 지급을 제시했으나 회사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 초기만 해도 회사는 임금 5.5% 인상, 성과급 100% 지급 등을 제안했다. 노조는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 등을 요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