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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가운데)을 비롯한 금융기관장들이 24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준비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
은행과 증권사들이 ‘만능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들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을 앞두고 가입 사전예약 경쟁에 나섰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3월14일부터 운영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은행이나 증권사에 개설한 계좌 1개로 예금, 적금,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다. 최대 250만 원 규모의 비과세 혜택도 제공한다.
은행들은 고가의 경품과 금리 우대 등을 앞세웠다.
신한은행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을 사전에 예약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아반떼 자동차, LG 트롬 스타일러, 로봇청소기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NH농협은행은 37.5그램(10돈) 상당의 골드바를,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고가의 여행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KB국민프리미엄적금’에 가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고객에게 연 0.6~0.9%포인트의 금리를 우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하면 최대 연 2.1%의 금리를 제공하는 ‘ISA 우대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증권사는 대규모 방송광고와 고금리 채권상품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 21곳은 ‘증권사와 이사(ISA)하세요’를 앞세운 영상광고를 방송, 온라인, 모바일 등에 내보내고 있다. 이 광고 제작과 송출에 약 18억 원이 들어갔다.
KDB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을 사전예약한 고객에게 연 5% 금리의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가입 혜택을 주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연 4%, NH투자증권은 연 3.5% 금리의 특판 환매조건부채권 상품을 제공한다.
환매조건부채권은 금융기관에서 일정 기간 이후 이자를 붙여 되사는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채권이다. 최근 환매조건부채권 상품의 평균 금리가 연 2%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에서 역마진을 무릅쓰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시장을 초기에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시장은 올해 11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고객 1인당 1개만 개설할 수 있다.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5년 동안 계좌를 유지해야 하며 그동안 원금과 이자 인출도 제한된다. 초반에 많은 고객을 유치하면 5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들에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시장을 앞서 선점하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회사가 강한 힘을 발휘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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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 21곳이 내보내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홍보광고. |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불완전판매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실적을 영업직원들의 성과지표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시중은행은 직원 1인당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200개의 가입실적을 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영업직원들이 가입실적 올리기에 치중해 고객에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투자위험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을 수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22일 성명서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소비자에게 끼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 개편부터 시행돼야 한다”며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증권사들의 과도한 마케팅을 즉각 중단시키고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대책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