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라임펀드 제재 리스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최종 제재결정이 반 년 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행정소송 결과가 라임펀드 제재 수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어 박 사장은 판결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르면 7월7일 하반기 첫 번째 금융위원회 정례회의가 예정됐는데 라임펀드 관련 제재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건검토 소위원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라임펀드 제재안건을 검토해오고 있다”며 “일부 쟁점은 이견이 좁혀졌지만 내부통제를 비롯한 일부 쟁점은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펀드를 판매한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의 징계를 결정했다.
또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책임 등을 근거로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금융회사 및 임원 제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일반적으로 금감원 제재심의위 결정 뒤 금융위 최종 의결까지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라임펀드 관련 안건은 올해 상반기 마지막 정례회의가 열렸던 6월24일까지 7개월째 제재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결국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제재심의위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제재 수위가 그대로 확정되면 이후 3년 동안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박 사장은 증권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일 뿐만 아니라 다음 KB국민은행장으로 거명될 만큼 존재감이 상당하다. 또 올해 1분기에 순이익 2211억 원으로 KB증권의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면서 뛰어난 경영능력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제재 수위가 확정되면 연임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금융위의 최종 결론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은 사태 수습에 힘써온 만큼 제재 수위 경감에 기대를 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리스크심사부를 리스크심사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그 아래에 전문 심사부서를 신설하면서 리스크 관리체계를 강화했다. 또 선제적 내부통제를 위한 내부통제혁신부를 새로 만들어 종합적 관점에서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하도록 했다.
특히 박 사장은 금감원의 사후정산방식 분쟁조정안을 가장 먼저 수용하면서 투자자 보호에도 나섰다. 펀드는 환매·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을 할 수 있지만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투자자 손실보상에 나서면서 사태 수습에 힘을 보탠 것이다.
파생결합펀드(DLF)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된 소송 1심 결과도 박 사장의 최종 제재 수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파생결합펀드 사태에 따른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는데 손 회장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의 1심 판결이 8월20일 나온다.
특히 6월 말 열린 마지막 변론기일에 재판부가 금감원에 최고경영자 중징계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이 제재 근거로 삼은 규정이 기준과 절차 마련 의무일 뿐 최고경영자에게 직접적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맞서 왔는데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법원이 금감원의 최고경영자 징계 근거가 미흡하다고 최종 판단한다면 금융위는 라임펀드와 관련해 최고경영자 중징계를 그대로 확정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제재 수위가 조정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 관련 안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라임펀드 관련 안건 처리일정 등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