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TSMC는 벌써 3나노급보다 미세한 공정의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와 격차를 좁히는 길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 웨이저자 TSMC CEO.
21일 외신들에 따르면 TSMC가 1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TSMC가 대만국립대학교(NTU),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함께 연구 논문 ‘실리콘을 넘어서(Beyond-Silicon)’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등록했다고 베르딕트(Verdict)등 기술 전문매체들이 보도했다.
TSMC는 기존 반도체소재 실리콘에 반금속(밀도가 금속보다 낮은 물질)의 일종인 비스무트를 결합해 기술적 한계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은 전기저항을 지닌 소재를 개발했다.
기술 전문매체 헥서스는 “TSMC가 개발한 소재는 2차원소재(원자가 단층 구조로 배열돼 있는 소재)로 다층 구조의 실리콘보다 정밀한 회로를 새기는 데 유리하다”며 “TSMC가 1나노미터 수준의 반도체 제조공정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반금속을 활용한 2차원소재는 그동안 실리콘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에서는 구현하기가 어려운 극도로 미세한 공정을 실현할 수 있는 소재로 반도체업계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전기저항이 높아 전기신호로 작동한다는 반도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지적도 함께 받아왔다. TSMC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 신소재를 개발해낸 것이다.
이에 반도체업계에선 TSMC가 이 신소재 기술을 언제 상용화할 것인지를 놓고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TSMC가 파운드리 패권경쟁에서 삼성전자보다 앞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기술로 여겨진다”며 “TSMC가 신기술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면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는 것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이 얇을수록 성능이 향상된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회사들 가운데 삼성전자와 함께 가장 미세한 회로 공정(5나노)을 구현하는 회사다.
그러나 TSMC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추격자 위치에 있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매출 기준으로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56%로 1위, 삼성전자는 점유율 18%로 2위에 올랐다.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가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본격적으로 좁히기 위한 승부수를 내년에 던질 것으로 바라본다.
두 회사 모두 2022년부터 3나노 파운드리의 제품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으나 기술에서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TSMC가 3나노 공정에서 기존 반도체 설계기술인 ‘핀펫(FinFET)’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신기술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다.
반도체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 ‘채널’과 채널의 기능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뤄진다. 채널과 게이트의 접촉면적이 넓을수록 전류를 세밀하게 제어해 반도체 성능도 높아진다.
핀펫은 채널과 게이트가 3면에서 만나도록 하는 설계 기술이다. 반면 게이트올어라운드는 채널과 게이트를 4면에서 접촉하도록 한다.
삼성전자는 같은 미세도의 공정에서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TSMC에 승부를 거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설계기술 차원의 진보가 회로폭 자체를 줄이는 공정 미세화의 효율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것이 반도체업계의 중론이다. 3나노보다 더 미세한 공정의 시대가 오면 삼성전자는 TSMC와 대결구도에서 내세울 강점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TSMC는 1나노 공정까지 구현할 수 있는 신기술로 벌써 경쟁력을 확보한 셈이다.
3나노보다 미세한 공정은 아직 상용화 시점이 멀리 있다고 여겨진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5나노 공정의 상용화 단계에 있다. 3위 대만 UMC는 14나노, 4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7나노 공정조차 수율 안정화에 애를 먹고 있다.
그러나 3나노보다 미세한 공정의 시대가 멀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에 앞서 7일 IBM은 세계 최초로 2나노급 반도체의 개발에 성공하고 테스트칩을 공개했다. 이 제품의 양산이 본격화하는 시기를 2024년 말로 예상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공정 미세화의 흐름을 살펴보면 2~3년마다 공정이 한 단계씩 미세화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며 “삼성전자와 TSMC의 3나노 공정 상용화일정을 고려하면 2024년이면 2나노 공정의 양산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