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알라스테어 윌슨 무디스국제신용평가사 국가신용등급 글로벌총괄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역대 최장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홍 부총리로서는 재임기간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피해을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경제회복을 선도하는 ‘경제사령탑’보다 여권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어하는 ‘곳간지기’ 역할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말도 듣는다.
31일로 홍 부총리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서 재직 842일을 맞았다.
역대 최장수 기재부장관인 윤증현 전 장관의 재직기간과 같아진 것으로 4월1일부터는 최장수 기재부장관의 재직기간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윤 전 장관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재직했고 기재부 장관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것이 2013년이니 홍 부총리는 이미 부총리로서는 가장 오래 재직한 셈이다.
홍 부총리가 오랜 기간 부총리로서 자리를 지키는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철학에 더해 코로나19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가 2018년 12월에 부총리로 임명된 뒤 1년 만인 2020년 1월에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경제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홍 부총리는 2020년 들어 59년 만에 한 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고 한국판 뉴딜 추진에 주도적 역할을 맡는 등 경제사령탑으로서 숨가쁜 한 해를 보냈다.
홍 부총리의 노력을 놓고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맞은 위기상황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1.0%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이지만 G20국가 가운데 중국, 터키에 이어 3위이고 G20 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가운데서는 가장 양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월9일 중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전망보다 0.5%포인트 높인 3.3%로 조정하면서 한국이 미국, 호주, 터키 등과 함께 올해 안으로 코로나19 이전 경제수준을 회복할 국가라고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12월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홍 부총리의 성과를 놓고 “경제팀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올해 경제운용을 대단히 잘 해 줬다”며 칭찬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지급대상 등을 놓고 정치권과 다소 거친 논쟁을 이어와 더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제21대 총선을 전후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여당과 갈등을 빚기 시작으로 이후에도 재난지원금 지급이 논의될 때마다 여당에 이견을 표시해 왔다.
2020년 3월에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홍 부총리를 놓고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고 발언할 정도로 홍 부총리와 민주당 사이 긴장 수위는 높았다.
2020년 11월에는 소득세법상 주식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의 기준을 놓고 여당과 갈등을 벌이다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여당과 빚은 갈등에서 번번이 밀릴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홍 부총리는 곳간지기라는 비판과 함께 '홍백기', '홍두사미' 등 부정적 별명을 얻었다.
홍 부총리는 2021년 2월에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 직후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재정이 제 역할을 안 한다고, 단순히 곳간지기만 한다고 기재부를 폄하하며 지적하지만 적절하지 않고 또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가 정치권과 갈등으로 곤경에 처할 때마다 사표를 반려하는 등 힘을 실어줬고 결국 홍 부총리를 최장수 기재부장관으로까지 만들어 줬다.
다만 홍 부총리가 부총리로서 일할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이미 4월7일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쇄신 차원에서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에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질에 따른 후속조치로 청와대와 기재부 사이에서 인사이동이 이뤄졌다.
청와대가 기재부 1, 2차관을 동시에 교체하는 등 경제라인을 대폭 조정함에 따라 홍 부총리의 교체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