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기자 psybp@businesspost.co.kr2021-03-2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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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이사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고삐를 죄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OK저축은행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픈뱅킹 도입 확대 등으로 디지털 전환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이사.
23일 OK저축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은 전체 개발단계를 개발-시험-운용의 3단계로 나눠볼 때 아직 개발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오픈뱅킹서비스 확대 시행 등으로 디지털 채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응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CNS와 뱅크웨어글로벌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약 450억 원 규모로 진행되는 OK저축은행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의 수주를 따내고 12월 착수에 들어갔다. OK저축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을 2022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OK저축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을 마련하고 수준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OK저축은행의 모든 비즈니스체계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을 착수하기까지 제안요청서를 수차례 번복하고 재공고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OK저축은행은 2019년 3월 처음으로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규모는 300억 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저축은행중앙회와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2019년 11월 사업중단을 선언했다.
OK저축은행은 2020년 3월 사업규모를 400억 원으로 늘리고 사업을 재추진했다. 사업일정이 계속 미뤄지자 협상을 벌여왔던 후보기업들이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OK저축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통해 접근성과 고객서비스 수준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업무절차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오픈뱅킹서비스 적용범위가 저축은행으로 확대되는 등 금융권에서 디지털 경쟁력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은 고객이 여러 은행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용하고 있는 하나의 은행앱으로 다른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2월 중순부터 시중은행앱에 저축은행 계좌도 등록하고 조회할 수 있게 되면서 저축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이벤트와 모바일앱서비스 개편 등을 쏟아내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모바일뱅킹앱 OK모바일뱅킹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그동안 저축은행중앙회 공동전산망을 사용해야 해 불편했던 계좌개설 및 대출 절차를 간소화했다.
개편하기 이전에 OK저축은행의 전산망은 중앙회 공동전산망과 OK저축은행 자체전산망으로 이원화돼 있었다. OK모바일뱅킹에서는 대출 신청만 가능했고 예적금을 관리하려면 별도의 앱을 사용해야 했다.
OK저축은행은 오픈뱅킹서비스 적용범위에 저축은행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다른 금융기관의 모바일뱅킹앱에서 OK저축은행의 입출금예금 계좌를 등록하면 우대금리 연 0.1%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2월24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오픈뱅킹서비스 적용범위가 확대되면 저축은행이 고객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 경쟁력이 있는 만큼 오픈뱅킹서비스로 저축은행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고객을 늘리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비교공시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를 보면 매달 10만 원을 12개월 동안 저축할 때 최고우대금리를 기준으로 시중은행 상위 10개 적금상품의 평균금리는 2.975%다. 반면 저축은행 상위 10개 적금상품의 평균금리는 4.82%로 2%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다만 상품 경쟁력이 고객유입 효과로 이어지려면 모바일앱 편의성 등 디지털 경쟁력이 갖춰져야 한다.
OK저축은행은 모바일뱅킹앱을 추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은 아직 진행하지 않고 있다. 개편의 실익이 적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서비스가 시행돼도 금융소비자들이 저축은행의 모바일뱅킹앱보다 이미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는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앱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프로모션 등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