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소송전이 더 길어질까? 아니면 극적 합의에 도달할까?
두 회사의 소송과 관련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이 곧 나오는데 현재로서는 이 판결이 나온다 해도 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왼쪽),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
다만 장기화하는 소송전이 두 회사 모두에게 긍정적 상황은 아닌 만큼 판결 앞뒤로 합의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이번 주말(6~7일)이 분쟁 장기화와 합의를 가르는 분수령이라는 시선이 많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현지시각으로 10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판결을 내린다. 두 회사가 합의의 길을 찾는다면 주말 동안에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배터리업계는 바라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은 영업비밀 침해소송뿐만 아니라 특허침해소송 등 여럿 있다. 국제무역위의 판결은 다른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두 회사는 서둘러 합의의 길을 찾기보다 일단 국제무역위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최대 관건은 합의금 산정인데 두 회사의 제시금액에 차이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합의금과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이 2조8천억 원을, SK이노베이션이 1조 원 미만을 제시했다는 말이 나온다.
제시금액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협상조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 소송과 관련한 합의 논의에서 진전된 사항이 없다”며 “합의의 문은 열어두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전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어떤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조차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합의금 산정이 불가능하다”며 “섣불리 합의금을 높게 제시했다가는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판결과 상관없이 두 회사의 법적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무역위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다면 두 회사는 이 판결을 바탕으로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에서 배상금을 두고 재차 맞붙게 된다.
국제무역위가 산하기관인 불공정수입조사국의 소송 관련 의견들을 환송하거나 아예 판결을 다시 미룰 가능성도 있다. 재판에서 패소한 쪽이 연방법원에 항소를 결정할 수도 있다.
결국 이 분쟁의 종결은 법적 결론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두 회사가 이번 주말을 통해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양쪽 모두 장기화하는 소송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안에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최대한 빨리 상장하고자 신속심사(패스트트랙) 제도의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다.
기업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아야 하는 시점이 멀지 않은 상황에서 분쟁의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무역위가 패소 판결을 내리더라도 소송의 장기화를 통해 미국에서 배터리사업을 지속할 시간을 벌 수는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폴크스바겐과 포드 등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에 배터리를 발주한 완성차회사들은 법적 분쟁의 결론이 날 때까지 사업 지속성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안아야 한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지속성에서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국제무역위의 판결이 나온 뒤라도 분쟁을 장기화하지 않고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국제무역위의 재판은 민사재판인 만큼 판결에 따른 명령을 뒤집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 판결이 나온 뒤 60일 안에 합의가 이뤄져 소송이 취하돼야 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무역위가 두 회사 가운데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면 분쟁에서 우열 관계가 명확해진다”며 “열세에 선 쪽이 합의금 산정과 관련해 더 유화적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송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이미 조지아주와 테네시주 등 주 의회 의원들이 두 회사에 합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합의를 종용하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아직은 분쟁 장기화를 속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앞서 2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너무 법적 쟁송만 하지 말고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 1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도 “두 회사가 소송비용만 수천억 원에 이르는 싸움을 하면서 남(해외 경쟁사들) 좋은 일만 하고 있다”며 합의를 바라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