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이 배터리 분리막소재를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김종서 한화토탈 대표이사는 올해 말 경영을 맡아 분리막소재인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PE)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실적 반등을 바라보고 있다.
기존 정유와 화학사업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7일 한화토탈은 전기차배터리 분리막소재인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화학제품은 기존 폴리에틸렌 제품보다 분자량을 높여 기계적 강도를 향상시킨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기차배터리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인 분리막 생산 과정에 쓰인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화재 안전성과 직결된 핵심소재인데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화재를 예방하는 동시에 이온을 통해 양극과 음극이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분리막은 두께가 얇을수록 더 많은 양의 활물질을 포함해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분리막의 기계적 강도가 우수해야 쉽게 손상되지 않고 배터리의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분리막 소재로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등 절연 특성이 뛰어난 고분자 소재가 사용되는데 한화토탈은 자체개발해 온 촉매기술과 생산공정을 통해 높은 기계적 강도로 분리막을 더 얇게 만들 수 있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상업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4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연생산능력을 14만 톤까지 늘렸다”며 “이는 시장 수요보다 더 많은 생산능력으로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이번에 생산되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은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로서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의 기술 난도가 높아 소수 기업들만이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데다 시장 성장 전망도 밝다는 점에서 분리막소재에 본격 진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폴리에틸렌시장은 현재 중국과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7만톤 규모로 성장 초기 단계에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해마다 30% 넘는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화학업계의 맏형격인 롯데케미칼도 이런 성장 전망에 힘입어 최근 분리막소재(폴리에틸렌)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안에 폴리에틸렌 분리막 생산설비 보완작업을 진행한 뒤 2025년 연 10만 톤까지 생산능력을 늘리기로 했다.
김 대표는 한화큐셀 일본법인장으로 일하다 10월 한화토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내년부터 실질적으로 임기의 첫 해를 보내게 되는데 분리막소재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것을 계기로 한화토탈의 실적 반등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토탈은 2016~2018년 3년 동안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한화그룹의 최대 현금 창출원 역할을 담당했지만 2019년 정유와 화학산업 모두 불황을 맞이하면서 영업이익이 반토막나고 올해 1분기는 코로나19로 영업손실 2634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서 개선세를 보였지만 3분기까지 여전히 누적 영업손실 767억 원을 낸 터라 김 대표는 내년 실적 반등이 절실하다.
김 대표로서는 분리막소재사업에 이어 한화토탈의 기존 사업 전망도 밝다는 점에서 실적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한화토탈은 정유와 화학의 복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통해 고부가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콘덴세이트(황함량이 극도로 낮은 초경질원유) 전용 정제설비인 스플리터를 통해 운송용 정유제품과 화학사업의 원재료인 나프타를 생산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2021년 경유와 항공유 등 수익성 좋은 정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화학산업은 이미 저유가 기조를 타고 업황이 살아나고 있다. 이에 더해 내년부터 자동차산업 등 전방산업이 살아나 화학제품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화학산업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수급상황에서 저유가에 따른 원가 절감효과까지 겹친다”며 “다양한 고부가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나프타 분해설비(NCC)에 기반을 둔 화학회사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