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직원들이 모인 익명 대화방에서는 인수내용을 공유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결집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대화방에서는 올해 초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진그룹 직원들이 모인 대화방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을 두고 산업계 농단으로 규정하고 산업은행을 비난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대화 참여자 가운데 한 사람은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경영을 하면서 이행한 수많은 이면합의와 부정행위를 국가와 산업은행이 눈감아주고 경영권을 보장하는 것은 명백한 국정농단이며 자본주의 파괴행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격앙된 분위기가 나타나는 배경에는 동일 산업 사이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권고사직과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이 따라올 것이라는 걱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화 참여자는 “산업은행이 들어오면 필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다”며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다면 국회의원들에게 반대문자 보내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익명 대화방에서도 비슷한 기조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화방 참여자는 ‘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경영진의 야합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링크를 옮겨 청원에 동참을 독려했다.
현재 이 청원은 사전동의 인원인 100명 이상 돼 청와대 게시판 관리자가 검토 중이다. 공개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공지문이 올라 있다.
아시아나항공 대화방 참여자는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것으로 이미 결정되어진 것 같은데 본격적 구조조정은 언제쯤 시작될까?”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다른 대화방 참여자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을 포함해 구조조정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며 사내의 불안감을 전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뼈대로 하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방안 추진을 위해 한진칼과 총 8천억 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2조5천억 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천억 원) 및 영구채(3천억 원)로 총 1조8천억 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은행은 인수합병 뒤 중복사업 통폐합과 고용안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PMI(Post Merger Integration)를 실행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고용유지 문제를 두고 직원들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