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돌았으나 삼성그룹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접어들며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춰 새판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카드는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삼성그룹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따라 소유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런 소문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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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카드는 17일 NH농협금융지주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매각을 제안했다는 소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삼성카드 지분 인수와 관련된 어떠한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며 “연말을 앞두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삼성카드 매각설은 이날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71.86% 매각을 NH농협금융지주에 제안했다는 말이 돌면서 불거졌다.
삼성카드 지분은 삼성전자가 37.45%, 삼성생명이 34.4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성카드 주가는 이날 매각설에 출렁거렸다. 삼성카드 주가는 전일보다 4.35%(1450원) 하락한 3만1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카드가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아 IT와 금융,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재편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이미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방산과 화학계열사를 모두 넘겼다.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실용주의’와 ‘선택과 집중’이 키워드로 부각되면서 앞으로 삼성그룹 사업재편에 ‘삼성 1등주의’가 잣대로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곧 사업분야에서 1등이 아니면 정리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에서 부동의 1위인 신한카드에 밀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카드는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16.1%로 신한카드의 점유율 19.7%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삼성카드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삼성카드는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을 각각 4.7%, 4.75%씩 늘렸다.
하지만 신용카드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성장한계에 직면해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에도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1605억 원) 줄었다. 더욱이 내년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내리면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의 지분 매각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카드뿐 아니라 현대카드도 GE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43%)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카드 지분 매각설은 삼성그룹의 사업재편은 물론이고 지배구조 개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삼성카드는 금융계열사인데도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다.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가 보유한 지분처리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보유한 지분을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로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증권 본사를 방문해 금융사업 전반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것도 금융사업 재편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아닌 재벌기업 산하 카드회사들은 카드업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사업재편이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