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그룹 자구안의 중심이었던 현대증권 매각이 막판에 틀어진 데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좀체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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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업계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설이 나오고 있다. 만일 합병이 진행되면 현 회장은 현대그룹 경영권을 고민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현 회장은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한 뒤 대처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 포기 이후 현대그룹에 현대증권 매각을 다시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증권 매각작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마땅한 인수후보자가 없을 뿐 아니라 대우증권까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과 함께 현대증권 매각작업이 진행될 경우 현대증권은 제값을 받기 어렵다.
게다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은 해운업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주력인 컨테이너선시장의 경우 선복량(선박 공급량) 과다와 세계경기 침체로 언제 부진에서 벗어날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금융계에서 현대상선 매각설이나 한진해운과 합병설이 계속 나오고 있어 현 회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현대상선 매각론은 당초 ‘플랜B' 정도로 거론됐지만 올해 들어 정부가 해운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해운업 장기불황이 지속되면 현대상선을 현대그룹에서 떼어내는 게 현대그룹에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현대상선을 인수할 기업은 현재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내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을 상대로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정부로부터 합병에 대한 검토요청을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물론 한진해운이 현대상선 인수합병을 통해 정부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입장을 바꿀 수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동안 기회가 날 때마다 정부에 해운업계 지원을 요구해 왔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를 지배하고 있는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점이다. 현 회장으로서 놓기 힘든 회사인 셈이다.
만약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현 회장은 현대상선이 없는 상황에서 현대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해운업 포기가 아니라 현대그룹이 해체될 수 있다고 우려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