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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Jørgen Vig Knudstorp) 레고 CEO. 그는 2004년 취임해 빚에 허덕이던 레고를 부활시켰다. |
장난감 레고가 화려하게 귀환하고 있다. 10년 전 약 4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파산직전에 몰렸던 레고는 어떻게 화려하게 부활했을까. 강원도는 22일 춘천 중도에 들어서는 '레고랜드 코리아' 기반시설의 사업비로 954억 원을 확정했다.
레고랜드 코리아는 2016년 7월 완공된다. 세계 7번째, 동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다. 춘천 중도에 129만여㎡ 규모로 조성되며 크기는 롯데월드 대지면적의 3배 수준이다. 레고랜드 코리아에 모두 5214억 원이 투입된다. 강원도와 테마파크 운영회사인 영국 멀린(Merlin)이 16.7%, 한국투자증권이 12.5%, 현대건설이 8.3%를 각각 투자한다. 멀린은 밀납 인형 박물관 마담 투소, 런던 아이 등 70여 개의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 유치, 9천800명의 일자리 창출, 연간 44억 원의 지방세 수입, 춘천지역 경기 활성화 및 인근 지역과 관광벨트 구축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전통적 장난감 레고는 어떻게 한국에 테마파크까지 만들 정도로 부활했을까?
레고 COE인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 역할이 컸다. 그는 2004년 36살의 나이로 레고 수장에 올라 파산 직전이었던 레고를 구출했다. 지난 10년 동안 매출을 4배나 늘렸다.
그가 처음 CEO에 오른 2004년 당시 회사는 컴퓨터와 디지털기기의 공세에 몰려 3980억 원이나 되는 적자를 안고 있었다. 당시 레고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그에게 “제발 레고브랜드를 살려 달라. 우리는 레고를 너무 좋아한다”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디지털시대가 오더라도 아이들은 축구공과 레고블록을 갖고 놀아야 한다는 호소였다.
레고는 그동안 가족경영만 해왔다. 크누드스토르프는 최초의 외부 영입 CEO였다. 그는 매킨지 컨설턴트로 일하다 레고 창업자 손자의 추천으로 CEO가 됐다.
레고는 1932년 덴마크 목수가 아이에게 줄 장난감을 만들어주기 위해 설립됐다. 레고는 덴마크어로 ‘잘 논다’는 뜻인 ‘레그 고트(Leg Godt)’에서 나왔다. 레고는 한 때 장난감제국을 이뤘다. 레고가 잘 나갈 때 서유럽 몇 나라의 경우 14살 미만 어린이가 있는 10가구 중 9가구에 레고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레고 열풍이 불었다. 레고코리아를 출범해 1984년 경기 군포에 조립식 완구공장을 지으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10년 넘게 연간 10~20%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1997년 매출액은 국내 완구 시장의 10%를 상회하는 500억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5년 위기를 맞으며 공장은 철수했다.
크누드스토르프는 취임 후 인력을 감축하고, 제품 수를 줄이는 등 강력하게 구조조정했다. 1만2900가지였던 부품 종류를 7천 개로 줄였다. 그리고 방송, 영화 등과 적극적 협업에 나섰다. 스타워즈, 반지의제왕, 스폰지밥, 배트민, 아이언맨 등 대중에게 친숙한 것들을 레고로 재탄생시켰다. 비디오게임도 출시했고, 올해 초 레고 무비까지 선보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레고는 다시 예전의 위상을 찾을 수 있었다. 레고의 2013년 매출은 4조9200억 원으로 전년도 4조2천억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이익도 1조58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매출로 세계 2위지만 순이익은 1위이다.
한국에서도 레고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블록완구 매출에서 레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