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의 대한석유협회 가입이 좌절됐다. 기존 회원 기업인 SK에너지·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가 판단을 보류했다. 4개 정유회사는 삼성토탈을 다섯 번째 정유사로 받아들이는 문제를 나중에 다시 논하겠다는 입장이다.
3일 석유협회에 따르면 협회 소속인 4개 정유회사 임원들은 이날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삼성토탈 석유협회 가입 문제를 놓고 논의 끝에 보류 결정을 내렸다. 총회에 전용원 대한석유협회 회장을 비롯해 박봉균 SK에너지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김동철 S-OIL 수석부사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등 네 회사의 임원들이 이사회 구성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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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
협회 관계자는 “(4개의 정유 회사 임원들이) 삼성토탈이 신규회원으로 가입했을 때 예상되는 사항을 좀 더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검토해 추후 재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신규회원 가입은 오직 총회에서만 결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가입은 내년 정기총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80년 설립된 석유협회는 정유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다. 정유회사는 협회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정부에게 석유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35년 동안 회원은 오직 기존의 4개 회사뿐이었다.
손 사장이 지난해 12월 협회에 최초로 회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입을 승인받으면 삼성토탈은 공식적으로 정유회사로 인정받게 된다. 삼성의 간판 아래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유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할 수도 있다. 삼성토탈이 그간 추진하던 정유 사업의 기반을 확실하게 마련하는 셈이다.
삼성토탈은 2012년 알뜰주유소용 휘발유 공급으로 정유사업을 시작했다. 휘발유 완제품에서 첨가물이 하나 빠진 반제품을 만들어 석유공사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석유공사는 그것을 완제품으로 만들어 시가보다 저렴하게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알뜰주유소가 2년 동안 1천 개가 넘는 매장을 내면서 삼성토탈의 위상도 높아졌다. 현재 삼성토탈은 알뜰주유소 휘발유 공급량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손 사장은 본격적으로 정유사업 진출을 꾀했다. 지난달부터 삼성토탈은 반제품 외에도 휘발유 완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오는 6월부터 경유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석유공사가 부채를 줄이려 내놓은 대한송유관공사 지분 2.26%를 93억 원을 주고 사들이기도 했다. 시장점유율, 완제품 생산 능력, 인프라 확충을 갖춘 상태에서 정유회사로 공식 인정을 받는 마지막 단계로 석유협회에 가입 신청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모인 석유협회 구성원들은 가입 안건을 바로 표결에 부치는 대신 판단을 미루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보류 결정의 배경을 놓고 “삼성토탈은 정유회사와 성격이 조금 다르므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토탈의 협회 가입이 쉽지 않다고 예측했다. 삼성토탈은 다른 정유회사와 달리 원유정제시설(CDU)이나 저유소·주유소 등의 유통망이 없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에 따라 휘발유를 공급하고 있는 것도 약점이다. 알뜰주유소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기존 주유소는 지난해 300 곳 이상 문을 닫았다. 4개 회사만으로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정유 시장에서 삼성토탈이 위협적인 후발주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아쉽지만 부결이 아니고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니 다음에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