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퀸의 노래 제목으로 더 유명하지만 영어숙어로 어떤 시련과 좌절, 난관이 있더라도 이를 넘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다. ‘함께 잘 사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내놓은 경제정책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환경 속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주요 기업이 마주한 새해 현안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1]공정경제와 혁신성장
[2]3~4세 경영, 세대교체
[3]성장, 사업재편
[4]상생과 투명경영
[5]경쟁,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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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구 회장의 이러한 실용주의적 성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연말 임원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실무 요직에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사들이 속속 배치됐다. 순혈주의가 강한 LG그룹의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2일 LG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각 계열사에 외부 전문가 영입을 포함한 차기 경영진 육성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갔다.
연말 임원인사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핵심 보직에 외부 전문가를 과감히 수혈한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사장급 외부 영입은 LG 경영전략팀 사장을 맡은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 대표가 유일했는데 앞으로는 계열사 사장단 자리에도 외부 전문가의 배치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담은 지침인 셈이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본격적으로 개막한 4세 경영의 시대를 맞이해 그룹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재 확보에 온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은 지금까지 전장과 로봇사업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 회장은 전사적 외부 수혈을 통해 두 가지에 방점을 찍었다. ‘전장’과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우선 전장사업과 관련된 임원인사만 지주회사 LG에 1명, LG전자에 1명이 투입됐다.
구 회장의 이런 결단은 전장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문성을 결여한 사업부에는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를 투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통적 기술력과 미래 기술력을 복합적으로 결합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한 기업이 지닌 인재와 노하우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LG 자동차부품팀장에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부사장을 앉히면서 전장사업 콘트롤타워 역할을 외부 인사에게 맡긴 것은 조직의 관료화를 막고 글로벌기업에 걸 맞는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LG전자 한 계열사의 임원은 “구 회장은 내부 인화만을 내세운 기조로는 급변하는 사업환경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결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외부 수혈에서 전장사업 강화만큼 짙게 나타나는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다.
구 회장은 그룹의 콘트롤타워를 맡을 ‘실무 오른팔’ LG 경영전략팀장에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낙점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크고 작은 기업들과 협업 없이는 인공지능(AI) 이나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에서 살아남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홍 사장을 통해 외부 기업과 능동적 협력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홍 사장은 평소 내부 기반의 연구개발과 함께 외부와의 협업, 협력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 회장의 경영 마인드에 발 맞춰 전사적 성장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 공개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보였지만 공식 발언마다 LG그룹의 ‘미래’를 강조하며 본인의 색깔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관행에 흔들리지 않는 적극적 ‘외부 영입’과 이를 통해 강조되는 ‘신사업’, ‘협업’ 등은 구 회장이 그리고 있는 LG의 미래를 가늠하기에도 충분하다.
“영속하는 LG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바꾸겠다”는 구 회장의 말처럼 앞으로 LG그룹에 어떤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