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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사모펀드 급증, '기업사냥꾼' 부정적 이미지 털어낸다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8-1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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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들이 ‘기업 사냥꾼’이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업을 인수한 뒤 무조건 구조조정에 나서기보다 '한 배에 탄 동지'라는 인식으로 실적 개선에 힘쓰는 사모펀드가 늘어나고 있다.
 
토종 사모펀드 급증, '기업사냥꾼' 부정적 이미지 털어낸다
▲ 강성부 KCGI 대표.

최근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가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도 사모펀드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사모펀드(PEF)가 530개로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 출자를 약정한 금액도 68조8203억 원에 이르렀다.

국내에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14년째다. 그동안 국내 사모펀드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사모펀드를 둘러싼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다. 여전히 사모펀드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구조조정, 먹튀, 기업 사냥꾼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인식은 사모펀드의 목적이 오로지 수익이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사모펀드는 만기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경영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구조조정을 겪었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는 2013년 12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임원 절반이 해임됐고 70∼80명에 이르렀던 부서장급 인원도 대폭 줄었다. 평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홈플러스 역시 MBK파트너스에 인수될 당시부터 노조가 반발했고 지금도 노조가 회사의 인력 구조조정을 의심하면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이 밖에 2003년 SK그룹과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2015년 삼성그룹을 향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 등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에 일으켰던 국부 유출 논란과 경영 침해 논란 등도 사모펀드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해 숨통을 틔워주고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인수한 뒤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 가운데 인위적 인력 감축 없이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곳도 있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오히려 고용이 늘어난 곳도 있다.

글랜우드PE가 2014년 인수한 동양매직(SK매직)은 당시 50만 개 수준이던 렌털 계정이 2016년 100만여 개로 급증했다. 코웨이에 이어 렌털 계정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IMMPE가 인수한 할리스커피는 오히려 고용이 늘었다. 할리스커피는 200명 정도였던 직원 수가 600명 이상으로 3배 정도 늘었다. 실적이 뒷받침해준 결과다.

주가도 대체로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수되는 기업 입장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 외형 확장, 해외 진출은 주가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2009년 이후 사모펀드에 매각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사모펀드가 경영을 시작하고 4년 뒤 기업의 주가가 평균 65.5%까지 상승했다”고 바라봤다.

앞으로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 역시 사모펀드를 향한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성부 대표가 설립한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해 2대주주에 올랐다. 

KCGI는 지분 취득 목적을 놓고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을 감시 및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며 “장기적 회사 발전 및 가치 정상화에 따른 직원과 주주, 고객의 이익을 제고하려 한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투자는 지분을 사들인 다음 해당 기업에 구조조정, 배당 확대, 경영진 교체 등을 직접 요구하는 투자방식을 의미한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국부 유출 논란을 일으켰던 데 반해 토종 행동주의 펀드는 국부 유출 논란에서 자유로운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사모펀드의 긍정적 역할에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을 통해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을 구분하는 10% 지분보유 규제를 폐지하고 사모펀드 범위 역시 현행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사모펀드를 놓고 기업 사냥꾼이나 정리해고 주체 등의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모험자본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끄는 선순환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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