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구 남양유업 대표가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갑 횡포 관련 과징금 124억 원을 아끼려다 거센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이 대표는 2013년 발생한 대리점 상대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와 관련해 최근 법원으로부터 과징금 124억 원 가운데 119억 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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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이사 |
이 대표는 이 판결로 119억 원을 아끼게 됐으나 만만찮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데다 소비자들도 남양유업의 ‘슈퍼 갑질’ 논란을 상기하며 다시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등 싸늘한 반응를 보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논란이 확대돼 가뜩이나 부진한 실적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119억 원 과징금 취소 판결, 국민 상식 어긋나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의 남양유업 패소 판결에 대한 대법원 상고, 과징금 재산정 가능성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유통기한이 가깝거나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대리점에 떠넘긴 데 대해 124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남양유업은 이에 대해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0일 124억 원 가운데 119억 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공정위가 피해 대리점을 특정하지 않았고 강제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봤다.
이런 판결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공정위의 행정무능을 비판하며 판결이 국민의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민변민생경제위원회·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전국을살리기비대위 등 시민단체들은 5일 성명을 내 “2013년 슈퍼 갑질로 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남양유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왜곡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부당하다”며 “국민상식에 맞는 판결을 다시 내려야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법원이 피해 대리점을 불러 피해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공정위도 실체적 진실을 입증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현안 브리핑에서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공정위의 행정무능이 경제민주화를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체면을 단단히 구겨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대리점 주문시스템을 변경하는 등 의도적으로 증거를 인멸해 구입 강제행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대법원 상고를 해도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고 그렇다고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비난에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 이원구 '착한 경영'에 소비자 시선 '싸늘'
남양유업은 2013년 5월 영업직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할당 물량을 대리점에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 수법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남양유업의 갑질횡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후 남양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도 제품반입을 거부했다.
남양유업은 여론이 악화되자 임직원이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진화에 진땀을 흘렸다. 남양유업은 판매가 40% 이상 급감했고 주가도 폭락하기 시작해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의 이번 과징금 취소 결정으로 잊혀져 가던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논란이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기사 관련 인터넷 게시판이나 주가 관련 종목 토론방 등에 법원판결 기사를 링크하며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 매출 2836억 원과 1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당기손익에서 8억 원의 흑자를 기록해 5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간신히 마감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3월 이원구 대표이사로 수장을 교체해 2013년의 악몽을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식에서 ‘착한 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논란이 확대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까지 하고도 정작 뒤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100억 원이 넘는 취소처분까지 받아내 남양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을 것 같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