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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업계에서 보기 드문 장수 CEO다.
유상호 사장은 오는 3월20일 1년 임기가 끝난다. 그는 2007년 사장에 취임해 8년 동안 한국투자증권 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증권업계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3년인 점을 감안하면 두배 이상 장수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사장 임기가 1년인 점을 고려하면 유 사장은 7번이나 재신임을 받았다.
증권업 관계자들은 유 사장이 증권업 불황에도 한국투자증권을 계속 순이익 1위에 올려놓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본다.
유 사장은 지난해 다른 증권사들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할 때도 한국투자증권을 구조조정 무풍지대에 안전하게 자리잡게 했다. 이 때문에 유 사장은 올해에도 연임가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순이익 1위 앞세워 연임가도 달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2400억 원 가량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2일 잠정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KDB대우증권에 누적 순이익에서 밀렸으나 4분기 실적이 좋아지면서 대우증권과 순이익 1위 다툼을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23조 원의 총자산을 보유해 총자산 규모로 증권업계 4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순이익을 따지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선두를 놓친 적이 없다. 증권사가 보유자산을 이용해 올린 수익률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7.5%로 대형 증권회사 가운데 1위를 달린다.
한국투자증권은 유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06년 순이익 2076억 원을 냈다. 증권업이 호황인 시기였는데도 2005년보다 순이익이 71.5%나 떨어졌다. 유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기업자금을 주로 다루는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서비스를 강화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삼성SDS 등 거물급 기업을 포함한 12개 회사의 기업공개를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기업공개를 10건 이상 주관한 유일한 증권회사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은행 부문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앞으로 다른 대규모 회사들이 기업공개를 준비할 경우 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구조조정 여파로 4천여 명이 직장을 떠났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구조조정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점을 살려 영업을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등 일관된 성장전략을 추진했다.
이런 점 때문에 유 사장이 올해도 연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국투자증권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굳이 유 사장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과거에 “계열사 사장은 실적이 좋을 경우 연임하는 것”이라며 “믿고 맡긴 만큼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거나 실적에 큰 문제가 없다면 오래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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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삼성SDS의 유가증권 신규상장기념식에 참석해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 유상호, 2015년은 수익원 다각화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올해 경영전략을 이미 짜놓았다. 핵심 사업분야인 투자은행부문과 자산관리사업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진출도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유 사장은 지난달 11일 금융당국이 증권업계를 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점을 투자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은행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관리해 수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새로운 형태의 자산관리 영업을 정착해 소매금융의 핵심수익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개인고객에게 주로 거두던 위탁판매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자 종합적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베트남 현지법인 KIS베트남이 현지 시장점유율 20위권 안에 들어간 기세를 몰아 해외사업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최근 “베트남 현지법인은 올해 공격적 영업전략을 펼쳐 시장점유율 10위권으로 들어갈 계획”이라며 “얼마전 세운 인도네시아 현지사무소를 기점으로 여러 제휴회사를 찾아 인수합병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최근 증권업계에 몰려온 IT기술과 금융산업의 융합인 핀테크 열풍에 대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핀테크 관련 토론회에서 “국내 증권업계의 정보기술 활용도가 높아 핀테크가 도입되어도 새로운 것이 쏟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증권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한다면 여러 영업규제나 기존 은행들의 선점효과에 밀려 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이 활성화하려면 기존 저축은행법처럼 관련된 법안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