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8-02 16: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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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이 국민연금에 발맞춰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이끄는 ‘스튜어드십코드’를 속속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따르는 민간 금융사의 수와 분야도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7월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회사의 의결권 행사 등에 사용되는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을 강화하고 투자를 받은 기업의 가치도 높이는 수단으로 쓰인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 위탁자산의 의결권을 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를 감안해 위탁 운용사를 결정할 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회사에 가점을 주기로 했다.
주요 위탁 운용사들인 민간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PEF)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힘을 실은 셈이다. 국민연금은 1분기 기준 주식자산(131조 원)의 46%를 민간 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민간 금융사를 포함한 기관투자가 57곳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적용하고 있고 45곳은 향후 도입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따르는 57곳 가운데 사모펀드운용사는 23곳, 자산운용사는 18곳에 이른다. 도입 예정인 45곳 가운데에서도 사모펀드운용사는 8곳, 자산운용사는 7곳을 차지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업계의 큰손인 점을 감안하면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 상당수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형 자산운용사 위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따른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3월에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컴투스, 골프존, 광주신세계 등 지분을 보유한 기업 3곳의 경영사안에 의견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1월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포스코대우, LG하우시스 등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의견을 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지분을 보유한 태광산업과 KISCO홀딩스에 배당성향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등 주주권을 행사해 배당 확대를 촉구하는 자산운용사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따르기로 결정하면서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도 이전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은 KB국민은행만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증권사는 KB증권과 IBK투자증권, 보험사는 KB손해보험만 스튜어드십코드를 따르고 있다.
증권사는 국민연금을 주요 거래기관으로 뒀고 은행과 보험사들도 상당한 주식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도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의 선임에 반대하면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보험회사의 고려사항’ 보고서에서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식자산을 자산운용사에 위탁한 보험사도 자산 소유자로서 자산운용사에 지시와 평가 등을 내려 수탁자의 책임을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보험사도 이런 범위 안에서 스튜어드십코드 참여와 이행이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