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7-30 15: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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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나'로 유명한 제약회사 경남제약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릴 주주총회가 연달아 열린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틀 뒤인 경남제약 최대주주인 이희철 전 경남제약 대표가 이에 반대하며 '맞불'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경남제약은 경영권 분쟁이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상장 폐지될 수도 있다.
◆ 경남제약 소액주주들, 경영권 확보 성공할까
30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제약 경영권 분쟁의 승자는 8월1일과 3일 연이어 벌어지는 경남제약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이희철 전 경남제약 대표.
경남제약 임시 주주총회는 경상남도 의령군 경남제약 본사에서 8월1일과 3일 두 차례 열리는 데 소집 주체는 각각 다르다.
8월1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는 소액주주 대표인 정영숙 외 3인이 소송 승소를 통해 여는 것이고 8월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는 경남제약 최대주주인 이희철 전 대표가 주도해 개최하는 것이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8월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류충효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창주 사내이사, 김재훈 사외이사 등 3명의 등기이사와 황병섭 감사를 해임하고 소액주주들이 뽑은 6명의 신규이사와 감사의 선임을 추진한다.
소액주주들은 신규 등기이사 6인으로 김태현 자연치유정원 원장, 진종철 IZI 파트너스 대표이사, 김용주 올씽스 대표이사, 서상원 Robb Report Korea 발행인, 서정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연구교수, 진영석 미국 Cal America Education Institute 재무이사 등을 선정했다. 신규 감사로 길홍준 전 하나금융투자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도 올려놨다.
소액주주들은 대표이사와 이사가 강제 퇴직 시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황금낙하산’ 조항이 포함된 정관도 변경을 추진한다.
반면 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는 경남제약 현 최대주주인 이희철 전 대표가 주도했다.
이 전 대표 측 사람인 김만환 전 경남제약 영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하고 미국 산타모니카대학에서 유학 중인 이 전 대표의 딸 이재영(24)씨를 비상임이사로, 이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민기영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간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들과 최대주주인 이희철 대표 측이 회사 경영권을 놓고 1일과 3일 이틀 간격으로 표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을 해임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등기이사와 감사를 해임하는 것은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한다. 발행 주식 수의 3분의1 이상 출석하고 출석한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이 전 대표는 현재 경남제약 지분 12.95%를 들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12~15%가량을 모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대주주인 에버솔루션도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는 등 경남제약 경영권 분쟁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독자적 우위를 보장할 수 없다.
소액주주들은 ‘전자투표’를 독려하는 등 표를 최대한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희철 전 대표는 법원에 소액주주들이 주도하는 8월1일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금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이를 취하했다.
◆ 경남제약 소액주주들, 상장폐지 탈출구 확보할까
경남제약 경영권 분쟁이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으면 상장 폐지가 유력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 류충효 경남제약 대표.
거래소는 올해 3월2일 경남제약에 주식 거래 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11월14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경남제약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한다.
경남제약이 상장 폐지를 피하려면 경영 개선계획 이행 사항보고를 통해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는 점을 거래소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경남제약의 상장 폐지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소액주주들은 이희철 전 대표가 분식회계로 지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기에 이 전 대표의 경영 참여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남제약은 1957년 설립된 이후 여러 주인을 거쳐 2007년 이희철 전 대표에게 인수됐다.
이 전 대표는 태반제제 원료 공급업체 화성신약 대표 출신으로 2003년 HS바이오팜을 창업했고 2007년 경남제약을 인수했다.
이 전 대표는 2007년부터 2013년 1월까지 경남제약 대표로 재직하면서 2008년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를 흑자로 회계처리했고 2014년말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어 2017년 2월 횡령·사기 등의 죄가 인정돼 3년형을 확정 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류충효 대표 등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를 상대로 16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부인 명의로 돼 있던 지분 13.7%를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고 자기 대리인을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복귀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에버솔루션-텔로미어에 그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인수 측 정체를 놓고 여러 논란이 일었고 국세청이 이 전 대표의 보유지분을 압류하면서 이 계약은 결국 무산됐다.
이에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이 전 대표와 별개로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섰다.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들이 임기를 연장하거나 거액의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 미리 특정업체를 인수자로 내정해놓았다고 보고 집단행동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