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연말정산 논란으로 ‘뿔난’ 민심을 달래기에 나섰으나 불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세수부족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에서 ‘증세없는 복지’를 약속했으나 사실상 증세하지 않고 빈 곳간을 채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누구의 ‘깃털’을 뽑을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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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서민증세 꼼수 쓰지 말고 부자감세 철회와 법인세 정상화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은 “새누리와 정부는 당시 문제의 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임을 앞세워 야당 몰아붙이기로 합리적 논의 요구를 묵살하면서 통과시켰다”며 “그래놓고 지금 와서 어쩔 수 없이 소급적용이라는 전무후무 임시방편을 꺼내들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말정산으로 비난 여론이 끓어오르자 21일 당정협의를 통해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논의해 연말정산 개정안을 소급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의 이런 정책이 땜질 처방에 불과할 뿐 아니라 조세정책에도 대혼란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문 위원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관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부자증세로 중산층을 강조했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하루 빨리 부자감세 서민증세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야당은 이명박, 박근혜정부 때 법인세 실효세율이 18.26%(2008년)에서 14.68%(2013년)으로 낮아지고 개인 소득세 실효세율은 같은 기간 4.02%에서 4.48%로 높아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2%의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법인세율을 정상화하면 5조 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연말정산 논란이 법인세 인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법인세 인상론과 관련해 “경제활성화에 역행하는 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원내대표는 “법인세를 내리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간다면 경제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기업들이 가뜩이나 사내유보금을 축적하며 투자를 꺼리고, 또 투자처도 마땅치 않아 국내외 기업의 탈출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상황을 평면적으로만 생각해서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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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 강화포럼 토론회에서 “법인세를 인상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세계가 전부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인데 나홀로 인상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고 자금과 투자유출이 일어날 것”이라며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일 수 있다”고 거듭 반대했다.
지난해 여야는 담뱃세 인상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새정치연합은 당시 정부의 담뱃세 인상안에 협조하는 대신 법인세율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담뱃세 인상은 원안대로 통과됐고 법인세 인상요구도 관철되지 못했다. 사실상 연말정국에서 야당이 전패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이제라도 법인세 정상화를 이뤄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연말정산 세금폭탄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에 불만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난감해졌다. 당장은 눈앞의 불이라도 꺼보겠다는 심산이나 당내에서조차 연말정산 소급적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증세없는 복지’를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세수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대통령의 이런 공약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차라리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세법 개정과 관련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섭 전 새정치연합 의원은 22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여론이 들끓으니까 땜질식으로 미봉책을 발표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재정지출이 계속해서 증가할 텐데 이 재원을 어디에서 감당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정말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정부는 전적으로 법인세에 대해선 건들지 않고 임시방편적으로 또 서민들한테 돈을 걷고 있다”며 “올해도 증세는 없다고 하면서 담뱃세와 자동차세를 올렸고 결국 연말정산에서 세금폭탄 문제가 터져버렸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