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통상압력과 관련한 설득작업을 위해 25일 미국으로 떠났다.
김 본부장은 3월2일까지 미국에 머물며 미국의 행정부, 정치권, 재계, 업계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철강, 세탁기, 태양광 등과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시급한 통상현안으로는 철강의 관세를 높이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꼽힌다.
미국 상무부는 16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수입규제 강화방안으로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최소 24% 관세 부과 △한국 등 12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53% 관세 부과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2017년 미국 수출의 63% 수준의 쿼터 설정 등 3가지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4월11일까지 선택하는데 3월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연방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결정시기를 3월 초로 앞당길 가능성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세탁기와 태양광 모듈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권고 기한보다 열흘 가량 먼저 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12개국의 철강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2안을 선택하면 국내 철강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김 본부장은 미국 설득작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세탁기와 태양광 모듈 등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사안도 주요 통상현안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현재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미국과 양자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협의가 결렬되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WTO에 제소해 승소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상당 기간 걸리고 그 사이 관련 산업이 피해를 입는 만큼 WTO 제소까지 가지 않고 양자협의를 통해 조율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김 본부장이 미국에서 정관계와 재계, 업계 등 전 분야의 관계자들을 만나 강도 높은 설득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이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7월 통상본부장에 오른 뒤 3번째로 미국을 찾는다.
지난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 강화하는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2차례 찾았지만 미국은 지속적으로 통상압박을 높였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통상압박에 대응해 미국과 접촉을 꾸준히 늘렸지만 세이프가드,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설득작업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동의하며 “앞으로 우리 주장을 뒷받침할 통계와 논리를 보강하고 아웃리치(외부접촉) 대상도 과거보다 폭넓고 고위급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현재 통상압박은 산업적 측면보다 정치적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산업보호와 안보를 세이프가드와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는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에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관련산업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위해 올 한해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통상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김 본부장은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조치와 관련해 미국 내 투자기업, 주지사, 수요기업들을 상대로 아웃리치를 강화하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아웃리치가) 어느 정도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