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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신임 사장 |
정철길 사장이 위기의 SK이노베이션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정 사장은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두에게 신임을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SKC&C 사장을 역임하긴 했지만 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정철길 사장이 9일 SK그룹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사장을 맡게 됐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을 지휘하며 탈 정유화를 추진했던 구자영 부회장은 2선으로 물러났다.
정 사장은 SKC&C에서 사업다각화를 통해 SKC&C를 키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정철길 사장이 SKC&C에서 보여준 수완을 SK이노베이션에서도 발휘해 위기에 빠진 SK이노베이션을 수렁에서 건져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최대 위기에 빠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들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총수부재에 따른 사업추진력 상실, 국제유가 급락, 석유화학 업황 부진 등이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이익이 489억 원에 그쳤다. 3분기에 매출은 16조6084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0.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인 3181억 원과 비교해 형펀없이 떨어진 수치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238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인 1조4209억 원에 비해 1/6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비중이 정유사업 75%, 화학사업 19%, 윤활유사업 4% 석유개발사업과 배터리사업 2% 등이다.
SK이노베이션에서 매출비중이 가장 큰 정유사업이 국제유가 하락 여파를 맞아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와 3분기 연속 정유사업부문에서 각각 2천억 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전기차 배터리사업마저도 2년 전에 맺은 독일 컨티넨탈과 합작이 결렬돼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배터리사업에서도 3분기에만 2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이 Baa3으로 강등되는 굴욕을 당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를 대표하는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실적은 유가하락 등 외부악재 탓에 사상 최소로 줄었다”며 “전기차 배터리사업 등 신사업에서도 이렇다 할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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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 C&C 사장(오른쪽)과 미르자히도프 후르쉬드 우즈베키스탄 정보통신위원장이 지난해 SK C&C의 분당 본사에서 기술 협력방안 논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정철길에 대한 높은 기대
정철길 사장은 SKC&C에서 성과를 낸 것처럼 SK이노베이션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정 사장은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강력한 비용절감 정책을 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철길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자원개발업무를 오래 담당한 전문가”라며 “사실상 내부승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정 사장이 SK이노베이션의 사정을 잘 안다는 의미이고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 개편을 지체없이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 사장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에 입사했다.
정 사장은 1994년 SK그룹 경영기획실장 부장을 지냈고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당시 SK구조조정추진본부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맡기도 했다. 그는 2004년 SK그룹의 싱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에서 경영연구실장을 지냈다.
그는 2005년 들어서 SKC&C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SKC&C 경영지원부문장과 IT서비스 사업총괄 사장을 지냈다. 2011년 SKC&C 사장으로 선임됐다.
정 사장은 “위기는 곧 기회”라며 늘 완벽을 추구해 왔다. 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세세한 것까지 주문하기도 한다.
정 사장은 글로벌 업무에도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SKC&C 사장을 역임하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현지 기업을 직접 찾아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SKC&C에서 주력사업인 IT사업 성장이 정체되자 이런 노력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냈고 SKC&C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정 사장은 SKC&C의 주력사업에 만족하지 않고 중고차 매매와 메모리 반도체 모듈사업 등 비주력사업에 투자해 높은 성과를 일궜다. 특히 중고차거래 전문 플랫폼인 ‘엔카’ 등을 급성장시켰다.
SKC&C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930억 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늘어났다. 3분기까지 누적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한 1조7451억 원을 기록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도 주력사업인 정유사업이 흔들리는 등 과거 SKC&C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정 사장이 SK이노베이션의 수익성 확보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절반의 성공 거둔 구자영의 탈정유화 전략
구자영 부회장은 2011년 SK이노베이션을 맡은 이후 ‘탈 정유화’ 전략을 펼쳐왔다. 구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이 정유사업에만 집중할 경우 실적악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 부회장은 크게 전기차 배터리, 석유개발, 윤활유사업 등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키웠다. 이 가운데 석유개발사업은 성과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15개국에서 22개 석유 생산광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석유 생산광구 2곳을 3781억 원을 들여 인수해 규모를 더욱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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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사업을 통해 1분기 1043억 원, 2분기 1127억 원, 3분기 121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분기 약 8%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석유개발사업을 2010년 3분기 이후 매분기마다 1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주축사업으로 성장시켰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석유개발사업은 석유나 화학사업과 달리 시황에 따른 실적 변동이 덜하다”며 “앞으로 석유개발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적자를 내는 다른 정유사들에 비해 선방할 수 있는 비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최근 들어 윤활유사업도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윤활유사업이 주요수익원인 SK루브리컨츠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419억 원을 내는 등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탈 정유화를 통한 이런 사업 다각화에도 불구하고 정유사업의 위기를 완벽히 만회하는 데 실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