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추모 글. |
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멤버 김종현씨가 사망하면서 어린 나이부터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아이돌 육성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이돌을 꿈꾸는 청소년들은 데뷔하기 전 연습생 시절부터 동료, 친구들과 혹독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데뷔를 하더라도 성공에 대한 강박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아이돌 육성시스템이 자리잡기 시작한 건 SM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최초로 기획된 아이돌로 내놓은 H.O.T.가 대대적 성공을 거둔 이후부터다.
그 뒤 기존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연예기획사들이 시스템을 갖추고 기획단계부터 철저히 준비된 아이돌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종현씨의 죽음으로 지금과 같은 아이돌 육성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돌로 데뷔하기 위해 데뷔 전부터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유명 기획사에 들어가려면 오디션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전국 공개오디션의 경쟁률은 한때 8천 대 1에 이르기도 했다.
기획사에 들어간 뒤에도 데뷔를 위해 같은 기획사 연습생들과 경쟁을 거쳐야 한다. 아이돌그룹의 나이대가 점차 10대 중반까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대가 되기 전부터 혹독한 경쟁에 내몰리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최근 엠넷에서 방송한 ‘프로듀스101’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방송에서 혹독했던 연습생 시절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은 연습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연습생들은 데뷔를 위해 길게는 10년 가까이 기획사에서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연기, 말과 행동까지도 철저하게 훈련받는다. 체중조절을 위해 식단까지 철저히 관리받으며 원하지 않아도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실력과 오랜 훈련이 데뷔를 담보하지도 않는다. 기획사가 원하는 팀의 조합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실력을 갖췄어도 데뷔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나이가 들어 20대를 훌쩍 넘으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데뷔를 한 뒤에도 압박감은 계속된다. 인기를 얻지 못하면 얻지 못하는 대로 성공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인기가 많으면 많은 대로 인기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돌그룹의 심리적 불안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되면서 대형 기획사의 경우 심리상담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상태가 심각한 경우 병원치료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얼굴이 잘 알려져 있다 보니 심리상담이나 병원치료를 받기도 어렵다. 자칫 사실이 알려지면 이미지 실추나 인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야 하는 탓이다.
실제 방송에서도 심리적 고충을 토로한 아이돌가수가 여럿 있다. 이미 그룹에서 탈퇴하거나 연예활동을 중단한 경우도 적지 않다.
6월 걸그룹 AOA를 탈퇴한 멤버 초아는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약도 먹어보고 2년 전부터 스케줄을 점점 줄여왔지만 피곤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결국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획사가 소속가수의 일탈을 막기 위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거나 숙소생활을 강제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받는다.
데뷔 이후에는 물론 데뷔 전에도 개인 SNS나 연애는 금지된다. 사고 등을 우려해 운전을 금지하는 기획사도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 아이돌이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해에도 수십 여 개에 이르는 아이돌그룹이 쏟아져나오면서 좀 더 나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획사의 관리 강도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연예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김씨의 죽음을 놓고 한국의 연예산업을 ‘헝거게임’에 비유했다.
헝거게임은 미국의 소설가 수잔 콜린스가 쓴 SF소설로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가상의 미래사회에서 각 구역을 대표해 헝거게임에 출전한 청소년들이 서로를 죽여 마지막 남는 한명만 생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김씨의 사망소식을 다루며 “한국의 연예인들은 악명 높은 중압감에 시달린다”며 “터무니없는 수준의 행동 도덕규범을 요구받고 댓글 등을 통해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