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국민연금공단의 수탁은행 사업권을 따내며 신한은행의 기관영업 자존심을 지켰다.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신한은행은 올해 남은 기관영업 사업장을 지키는 데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0년 동안 맡아왔던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을 우리은행에게 내준 데 이어 수탁은행 선정에서도 우리은행에 밀려 2순위에 머물렀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투자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에 우리은행, 2순위에 신한은행, 3순위는 KEB하나은행을 선정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은행들은 순위에 따라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자산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자산 가운데 맡을 자산유형 한 가지를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수수료 수익규모가 가장 큰 주식 수탁은행을 1순위 협상대상자가 맡고 2, 3위 협상 대상자가 채권과 대체투자 수탁은행을 맡아왔던 만큼 신한은행은 채권 수탁은행을 담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에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맡았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성과지만 은행 선두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KB국민은행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에 이어 수탁은행 선정에서도 연거푸 떨어진 상황인 만큼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KB국민은행에게 2015년 군장병 전용 ‘나라사랑카드’ 사업권에 이어 올해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 등 신한은행이 맡고 있던 기관영업 사업장을 잇달아 내줬지만 국민연금 사업권 선정에서는 최소한 KB국민은행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 것이다.
게다가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아이타스가 2011년부터 맡아온 국민연금의 사무관리 사업권을 또 다시 지켜내면서 국민연금의 사업권 4개 가운데 2개를 신한금융이 지켜낸 점도 나쁘지 않은 성과다.
국민연금 사업권은 ‘일감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한 은행이 사업권 4개 가운데 2개까지만 맡을 수 있다.
다만 시중은행간 기관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신한은행은 올해 남은 기관영업 사업장에서도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일부 법원의 공탁금 관리은행 선정과 전라남도와 강원도, 충청북도 등 주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금고은행 선정 등이 남아있다.
신한은행이 관리하는 공탁금 비중은 전체 법원 공탁금의 74%에 이르고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2금고를 각각 맡고 있다.
KB국민은행이 허인 행장을 중심으로 기존에 주력해오던 개인영업에서 눈을 돌려 기관영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다 우리은행도 국민연금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기관영업에 자신감을 찾은 만큼 더욱 공격적인 기관영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오래동안 사업권을 맡겼던 거래은행을 대부분 바꾸고 있는 추세라는 점도 신한은행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간 기관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은행의 사업장을 가져오는 것만큼이나 기존 사업장을 방어하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