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취임하자마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리스크’ 해결을 무거운 과제로 짊어지게 됐다.
수출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의 최대주주인데 한국항공우주 주가의 하락세가 길어질수록 재무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의 두차례 현물출자를 통해 한국항공우주 주식 26.41%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주식가치가 검찰수사의 여파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이날 4만3500원으로 장을 마쳤는데 수출입은행이 산업은행에서 두번째 출자를 받은 6월 말보다 23.68% 떨어졌다. 그동안 증발한 시가총액만 1조3천억 원 이상이다.
김인식 한국항공우주 부사장이 자살한 여파로 검찰수사가 장기화되거나 정치적인 사건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항공우주의 경영위기가 심화돼 주가 하락세도 더욱 길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입은행이 손상차손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손상차손은 보유자산의 미래가치가 시장가격의 급락 등으로 장부가격보다 크게 떨어질 수 있는 경우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수출입은행은 한국항공우주 지분을 현재 시장가격이 아니라 출자를 받았을 때의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지분법투자주식으로 회계처리해 당장 손실이 반영되지 않지만 주가 하락세가 길어지면 실제 손실로 연결돼 가뜩이나 취약한 수출입은행의 자본건전성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6월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2.44%를 기록했는데 국내 은행들의 평균치 14.08%를 한참 밑돌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입은행은 8월30일 이사회 결산보고회의에서 “한국항공우주 주가의 변동이 수출입은행의 자본건전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은 행장은 현재 미국에서 열리는 한국경제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돌아오면 내부대책반을 통해 한국항공우주 주가의 하락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은 7월 말에 대책반을 꾸려 한국항공우주에 관련된 검찰조사와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의 수주 등에 따른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향후 관리감독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 행장이 대주주의 자격으로 한국항공우주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경영관리단을 파견하거나 다음 사장의 선임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 등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경영관리단 파견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고 대주주로서 한국항공우주의 경영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며 “한국항공우주의 유동성위기가 갑자기 닥칠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