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통신비 인하방안에 대응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꺼내들면서 문재인 정부가 대책마련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단말기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게 돼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이통사 유통망이 무너져 수많은 일자리가 날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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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28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단말기자급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통신비 인하방안을 발표했는데 지원금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제 등은 중장기 대책으로 포함된 반면 단말기자급제는 들어가지 않았다.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마련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마찬가지다. 국민 생활비 절감을 위한 교통·통신비를 절감을 국정과제에 포함했으나 세부과제에 단말기자급제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통신비 인하를 위한 여러 공약을 내놓았지만 단말기자급제는 공약에 넣지 않았다. 정부 출범 후에도 동일한 통신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단말기자급제는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구조에 대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현재 이통사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공급받아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제조사가 단말기를 직접 팔게 되면 유통업체들이 필요 없어진다. 중소 유통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단말기 유통점포는 2만여 개이고 6만 명이 일을 하고 있다. 단말기자급제가 시행되면 당장 이들의 생계가 불안해지는 셈이다.
더욱이 단말기자급제를 한다 해도 통신비 인하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 주체만 대규모 유통망을 갖춘 전문 유통업체로 바뀌면서 결국 중소 유통업체만 고사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을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또다시 골목상권인 중소 유통업체에 피해를 끼치는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만약 단말기자급제를 시행한다 해도 시장에서 퇴출되는 중소 유통업체를 위한 안전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섣불리 단말기자급제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내수를 견인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과도 맞지 않다.
유영민 미래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단말기자급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유통망의 급격한 재편, 이용자의 불편 등의 우려도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원칙적으로 좋지만 이동통신 유통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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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
하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또 다르다. 단말기자급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6월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 마케팅비를 요금인하 재원으로 쓸 수 있다”며 “단말기자급제는 실제적인 가계통신비 절감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조만간 단말기자급제 도입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단말기자급제 법안이 발의되는 것은 2015년 3월 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후 2년여 만이다.
여당은 신중한 입장이기는 하지만 단말기자급제 도입효과를 검토하고 있다. 다음주 완전자급제 도입에 따른 장단점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아직 도입 여부에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국내시장 상황과 유사한 해외 실태조사나 완전자급제가 실제 단말 가격인하로 연결될 수 있느냐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논의가 이뤄질 경우 도입 찬성쪽에 설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단말기자급제를 핵심 통신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에서 단말기자급제 도입 논의에 소극적인 것은 국회에 공을 넘기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어차피 단말기자급제는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도입은 불가능하다.
최민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자문위원은 통신비 인하대책이 나온 후인 6월23일 “결국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지향한다”며 “현실이 너무 꼬여 있으니 국회에서 논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