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미 경제인단의 일원으로 출국길에 오른다.
국내 가전업계를 대표해 북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만큼 두 사람이 어떤 선물보따리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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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 글로벌전략회의를 마친 뒤 27일 오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권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재하면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유럽 출장에서 돌아와 삼성그룹을 대표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났고 상반기 연례행사인 글로벌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오너 경영공백으로 권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대표하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 정상회담 일정인 데다 상대국이 미국이란 점에서 중요도가 높은 만큼 이번 방미 경제인단 면면에도 관심이 쏠렸다. 오너가 있는 주요 그룹의 경우 전문경영인은 권 부회장이 사실상 유일하다.
특히 주요 그룹 참석자 가운데 재계의 세대교체도 확인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처음으로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나섰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이번 방미일정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가전공장 건립계획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3억 달러를 투자해 가전공장을 세울 계획을 세웠으나 공식발표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초 취임 직후 직간접으로 글로벌기업들에 미국투자 압박을 가하면서 삼성전자도 미국 생산시설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2월 삼성전자가 미국 가전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땡큐 삼성’이란 글을 직접 남기기도 했다.
구본준 LG 부회장도 이르면 27일 오후 미국행 비행기를 탈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은 최근 LG그룹에서 총수인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상무가 39세로 경영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구 부회장이 ‘징검다리’ 역할을 당분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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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 부회장. |
구 부회장이 이번 방미 기간에 풀어놓을 선물 역시 미국에 대규모 공장투자가 될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2월 테네시주와 공장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이번 방미기간에 본계약을 맺고 3분기부터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투자금액은 2억5천만 달러 규모로 세탁기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세계 최대 가전시장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점유율 경쟁을 뜨겁게 펼치면서 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이 4월에 발표한 올해 1분기 미국 가전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9.2%, LG전자는 15.8%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한국 가전업체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건 처음 있는 일로 특히 LG전자는 100년 넘은 전통의 가전업체 월풀을 3위로 밀어냈다. 최근 가전산업에서 생활가전의 대형화와 고급화 바람이 거센 만큼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북미시장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을 짓고 생산을 늘리면 트럼프 정부의 관세장벽을 넘고 북미 가전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 따른 대응을 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