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식품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중국법인장을 바꾸는 등 성장모멘텀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리온은 국내 제과시장의 정체, 중국사업의 불안전성에 더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오너리스크까지 겹쳐 악재가 산적했다.
◆ 오리온, 과자회사 벗어나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 추진
5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이 인적분할과 동시에 '식품 전공 살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리온은 그동안 식품사업구조가 제과에 치중해 있었는데 국내 제과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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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인적분할 뒤 투자회사인 오리온홀딩스 대표로서 신규사업 투자를 전담하기로 한 것 역시 식품 사업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허 부회장은 2014년 오리온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신세계그룹에서 17년 동안 인수합병을 도맡았으며 신세계와 이마트의 인적분할도 이끈 투자 전문가다.
오리온은 지난해 허 부회장의 주도로 음료사업과 가정간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제주용암수를 자회사로 인수하고 올해 3천억 원가량을 들여 제주 용암해수산업단지에 음료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2018년 혼합음료 출시를 목표로 세웠는데 생수사업 역시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가정간편식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농협과 손잡고 각각 지분 49%, 51%씩을 투자해 간편대용식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케이푸드를 설립했다. 농협이 국산 농산물을 공급하면 케이푸드가 제품을 생산해 오리온이 판매하기로 했다.
케이푸드는 현재 밀양시 부북면 제대농공단지에 9900㎡(3천 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2018년 초부터 판매되는데 최대 생산량은 72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오리온은 미국 건강기능식품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등 당분간 새로운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음료사업의 경우 제주용암수를 무리하게 사들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용암수는 장기차입금이 많아 재무구조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용암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479만 원뿐인 반면 장기차입금은 35억6천만 원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제주용암수 재무구조가 나쁠 수 있지만 오리온의 투자규모 등에 비춰보면 무리한 인수는 아니다"며 "음료공장 건설 등 앞으로 계속 키워나갈 사업"이라고 말했다.
◆ 중국법인 사드충격에 수장 바꿔 국면전환
오리온은 14년 만에 중국법인 수장을 교체하며 중국사업 강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규홍 오리온 부사장은 1일 오리온 중국법인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전임자인 김흥재 전 오리온 중국법인 대표이사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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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홍 오리온 중국법인 대표이사. |
1분기 오리온 실적이 중국사업 부진으로 크게 악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오리온은 중국법인이 전체매출의 56%가량을 차지한다. 현재 중국에 공장 4개, 국내에서도 4개를 가동하고 있지만 가동률만 놓고 보면 국내공장 가동률(57.5%)과 비교해 중국공장 가동률(69.9%)이 10%포인트 이상 높다.
그동안 중국법인이 실적을 이끌었지만 사드리스크에 부딪히면서 중국 의존도가 양날의 검이 됐다.
중국법인은 1분기에 매출 2349억 원을 거두면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7.9%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681억 원 흑자에서 49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오리온은 중국법인 정상화를 위해 신규사업 확장과 신제품 출시에 주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생산과 물류, 기업시스템에 밝은 이 대표를 투입한 점도 이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대표는 생산·연구개발 전문가로 초코파이의 지속적 품질개선, 신제품 개발 등을 이끌어왔다.
오리온 베트남법인과 중국법인의 경우 1분기 매출이 각각 지난해보다 11.3%, 29.6%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합산매출이 아직 중국법인의 20%에 채 못미치는 만큼 중국사업 회복이 필수적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위기관리 능력의 개선 여부에 따라 주가가 갈릴 것”이라며 “사드이슈를 계기로 인력조정, 브랜드 구조조정 등을 잘 진행할 경우 중국시상의 불확실성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