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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지난 4월 2014 베이징모터쇼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쌍용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쌍용차는 주력 브랜드인 코란도 시리즈가 선전하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쌍용차의 도약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는 정통 SUV 브랜드인 랜드로버에 대적할 신차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이 사장에 앞에 놓인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쌍용차는 내년 1월 소형 SUV인 X100을 선보인다. 이 차는 쌍용차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차다. 이 차의 성패가 이 사장의 연임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장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쌍용차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환율 등의 영향으로 적자가 늘고 있는 점도 이 사장에게 고민거리다. 쌍용차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내수시장에서 연비과장 논란으로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 ‘코란도’가 이끈 쌍용차의 부활
쌍용차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4만4420대, 해외 5만864대 등 모두 9만5284대를 팔아 전년동기대비 4.9% 늘었다. 이 기간 해외 판매량은 0.4% 느는데 그쳤지만 국내 판매량은 10.5% 증가했다.
쌍용차가 국내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뉴 코란도C, 코란도스포츠, 코란도투리스모 등 코란도 3형제의 선전 덕분이다. 코란도 3개 차종의 경우 8월 기준 누적판매량은 3만8018대다. 쌍용차의 내수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이른다.
소형 SUV인 뉴 코란도C는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쌍용차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코란도스포츠는 8월 기준 누적판매량이 1만8618대로 30%의 높은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형 SUV인 코란도투리스모는 지난해 2월 출시된 로디우스의 후속 모델이다. 최악의 디자인으로 혹평이 쏟아졌던 전작의 치욕을 설욕하고 있다. 코란도투리스모는 지난해 1만5551대가 팔린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9400여 대가 팔렸다.
쌍용차는 코란도 외에도 대형세단인 체어맨, 프리미엄 SUV인 렉스턴 등 여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쌍용차=코란도’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을 정도다. 이때문에 쌍용차는 회사 이름을 코란도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란도는 자칫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던 이름이다. 쌍용차가 2005년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됐을 때 기존 코란도 차량은 액티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코란도라는 이름도 부활시켰다. 이후 차량 이름은 코란도에 서브네임이 붙은 형태로 지어졌다. 액티언은 코란도C로, 로디우스는 코란도투리스모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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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는 오는 10월 2014 파리모터에서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X100의 컨셉트카 모델인 XIV-에어와 XIV-어드벤처를 공개한다. 사진은 XIV-에어 렌더링 이미지. |
◆ 한국의 랜드로버를 만들겠다는 이유일
쌍용차는 코란도라는 이름을 부활시키면서 코란도를 정통 오프로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파완 코엔카 마힌드라자동차 사장은 2012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랜드로버처럼 전문 브랜드에 집중한 회사가 수익을 냈다”며 “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쌍용차의 강점을 살리고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유일 사장은 쌍용차의 랜드로버 따라잡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 사장은 2011년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사장이 현대자동차의 여러 해외법인에서 사장을 지낸 데다 쌍용차 기업회생절차에서 공동관리인을 맡아 정상화에 성과를 냈던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사장은 코란도의 선전 덕에 쌍용차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도전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사장은 랜드로버에 대적할 ‘Y4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 이사회가 Y400의 개발계획을 승인했다”며 “Y400은 렉스턴보다 상위 차급으로 개발에 모두 3천억 원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Y400는 2년7개월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이르면 2016년 말 출시된다. 쌍용차 SUV의 배기량은 주로 2천cc이지만 Y400는 배기량이 더 커지고 성능이 강화된 엔진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SUV시장 성장을 이끌 소형 SUV 인기가 대형 및 고사양 SUV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Y400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유일 사장은 지난 4월 2014 베이징모터쇼에서 Y400에 대해 “랜드로버와 같이 프레임 타입의 고급 SUV가 될 것”이라며 “프레임 타입으로 만들 경우 모노코크보다 연비가 안 좋지만 오프로드에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임 타입은 정통 오프로더에 주로 적용되는데 뼈대에 엔진, 변속기, 차축 등 차체를 장착하는 형태로 변형이 잘 안되고 고장이 날 경우 그 부위만 교체해주면 된다.
반면 모노코크는 뼈대와 차체가 하나로 이뤄진 일체형으로 프레임 타입보다 가볍고 충격을 잘 흡수하는 대신 차량이 크게 찌그러지면 복원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정통 오프로더 브래드인 랜드로버는 과거 프레임 타입을 고수했지만 최근 들어 차량 경량화를 위해 강성을 높인 알루미늄을 적용한 모노코크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Y400의 경우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한 유럽 등 선진국보다 중국, 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주력시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Y400가 쌍용차를 정통 SUV 브랜드로서 한 단계 더 도약을 이루게 할지 경량화 추세를 역행한 실패작으로 남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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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 |
◆ 임기만료 다가온 이유일의 과제들
이유일 사장에게 성공적인 Y400 출시에 앞서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연임에 성공해야만 Y400 프로젝트를 끝까지 추진하고 그 결과도 받아볼 수 있다.
이 사장의 연임은 내년 1월 출시되는 신차 X100(프로젝트명)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X100은 뉴 코란도C에 이은 소형 SUV 모델로 쌍용차가 2011년 코란도C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신차다.
쌍용차는 이미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엔진 개발을 마무리하고 X100의 생산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 개최되는 2014 파리모터쇼에서 X100의 컨셉트카인 XIV-에어와 XIV-어드벤처를 공개한다.
이 사장은 X100에 대해 “경쟁차량을 꼽자면 기아자동차 쏘울 정도로 내년 1월 가솔린모델이 첫 출시되고 7월부터 디젤모델도 나온다”며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 한국GM의 트랙스나 쏘울보다 승차감이 좋고 첨단기능을 더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X100은 쌍용차 차량 가운데 최초로 미국에 수출하는 계획이 잡혀 있다. 마힌드라자동차는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철수한 경험이 있는데 X100이 미국시장에서 선전해 물꼬를 틔어 주기를 기대한다.
이 사장이 X100을 성공적으로 미국으로 수출한다면 이 사장에 대한 마힌드라자동차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사장인 안고 있는 과제들은 또 있다.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에 판매량이 늘었지만 환율 영향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쌍용차는 상반기에 매출 1조7283억 원, 영업손실 165억 원을 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5% 가량 늘었다.
이 사장은 “급격한 환율하락에 따른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판매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됐다”며 “다양한 글로벌 판매 확대방안 시행과 함께 강력한 비상경영을 통해 판매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가 최근 코란드C 연비과장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는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쌍용차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내수판매인데 연비과장에 대처하는 모습이 부정적 여론을 키운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최근 코란도스포츠의 연비가 과장됐다는 국토교통부의 결과를 수용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소비자 보상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차가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싼타페에 대해 소유주에게 자발적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결정한 점과 대비된다.